홍콩 로맨스 멜로드라마 영화
2004년 개봉작
왕가위 감독
양조위, 왕페이, 장쯔이, 공리, 기무라 타쿠야 등 출연
아비정전과 화양연화의 인물과 사건들이 이어지는 속편입니다.
시놉시스
추억은 항상 눈물을 부른다.
첫 번째 사랑 이야기
지독히 사랑했기에 다시는 사랑할 수 없는 남자와 절망적인 사랑의 열병에 빠져버린 여자
신문사를 관두고 소설을 쓰는 작가 주모운은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게 만드는 동방 호텔의 2046호실에 머물며 글을 쓰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그 방에선 미미라는 여인이 애인의 질투로 인해 살해되는 일이 발생해 할 수 없이 2047호에 투숙하게 됩니다. 며칠 후, 2046호 실에는 고급 콜 걸인 백령이 투숙하고 주모운의 관심을 끌게 됩니다. 장난처럼 시작된 둘은 점차 백령이 주모운에게 더 빠지는 관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들은 종종 뜨거운 밤을 보내는 사이가 되고, 그녀는 그의 마음을 원하지만 그는 "그것만은 줄 수 없다"라고 버팁니다. 더 이상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주모운은 끝없이 다른 여자를 원하며 백령에게는 육체적인 관계만을 요구하고 결국 백령은 주모운을 떠납니다.
두 번째 사랑 이야기
과거의 아픔을 가진 남자와 현실의 아픔을 겪는 여자
백령이 싱가포르를 떠난 후 주모운은 호텔 주인의 왕정문의 도움을 받아 미래도시 2046에 대한 SF 소설을 쓰기 시작합니다. 왕정문은 아버지가 일본인이란 이유로 반대해 사랑하는 남자 타쿠와 헤어져 몸도 마음도 슬픈 병을 앓게 됩니다. 주모운은 그녀가 남자 친구와 다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그녀와 가까워집니다. 주모운은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녀는 일본에서 그녀의 남자 친구와 결혼식을 올리게 됩니다. 결국 씁쓸한 표정으로 모든 걸 포기하는 주모운입니다.
또 다른 이야기
2046 그곳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소설 속 사람들은 몸속에 마이크로칩을 장착하고 살아갑니다. 이들은 과거를 기억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2046을 향하는 열차에 탑승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그곳에 갔다가 되돌아온 사람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2046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일본인 남자 탁은 아름답고 따뜻한 인조인간인 승무원 1967(왕페이)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는 그녀에게 함께 떠나기를 부탁하지만 그녀는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을 뿐입니다. 몸은 그와 함께 있지만 그녀에게는 탁의 부탁은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세 번째 사랑 이야기
사랑의 상처를 가진 남자, 여자 그리고 그 치유의 과정
소설 2046을 집필하면서 주모운은 예전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소려진(장만옥)에 대한 안타까운 기억입니다. 그녀를 찾아 홍콩에 다시 갔지만 그녀는 프놈펜으로 갔다거나 죽었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입니다. 싱가포르의 신문사에서 일하며 홍콩으로로 다시 돌아갈 여비를 벌기 위해 도박에 빠지게 된 주모운. 프로 도박사 검은 거미란 별명의 프로 도박사(공리)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의 이름 또한 그가 과거 사랑했던 여자 소려진과 동일합니다.
그녀에게 그가 사랑했던 유부녀 소려진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과거의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모른 체 그들은 마지막 격정의 키스를 나눈 후 헤어집니다.
"내가 만난 남자 중에 당신이 제일 잘해줬어 그리울 거야""같이 가자 ""약속했잖아 아무것도 안 묻기로"그날 밤이 마지막이었고 난 이렇게 말했다."잘 지내 언젠가 과거에서 벗어나면 날 찾아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사랑에 있어 대신은 없다. 나는 그녀에게서 옛 애인을 찾았다. 난 깨닫지 못했지만 그녀는 느꼈을 것이다.
모란꽃이 활짝 피면 그녀는 일어나 가버린다. 그녀의 답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백령(장쯔이)과 이별하는 장면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겠지? 오늘 밤 같이 있어줘요. ""기억나? 전에 내게 물었지 뭐든 빌려 줄 수 있냐고 빌려줄 수 없는 게 한 가지 있다는 걸 알았어. "
내 기억으로는 그날 밤이 우리의 마지막이다. 그 후론 그녀를 만나지 못했다. 예전으로 돌아갈 순 없을까?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마치 길고 긴 기차를 타고 아득한 밤, 흐릿한 미래로 가는 것 같았다. 2046 승객들의 목적은 하나뿐이다.잃어버린 기억을 찾는 것 2046에선 모든 것이 영원하기 때문이다. 이게 사실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되돌아온 사람이 없으니까
영화 배경: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
2046의 의미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1997년 홍콩은 향후 50년 동안 변화를 겪지 않을 것이라 사람들은 이야기했습니다. 2046년은 이 약속의 마지막 해가 될 것입니다. 왕가위 감독은 2046년의 약속과 2046이라는 숫자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는 러브스토리가 이 숫자와 결합되었을 때 어떠한 종류의 영화가 될지 궁금했습니다. 이 세계에서 무엇이 변하고 무엇이 변하지 않을 것인가 사랑에 빠졌을 때 종종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그는 혹은 그녀는 나에게 충실한가? 영화 2046은 이 숫자의 의미와 함께 시작됩니다.
2046은 화양연화 이후 왕가위 감독이 4년 만에 제작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열혈 팬들을 거느리며 스타일리시 감독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감독 왕가위. 세계의 팬들의 그의 작품을 손꼽아 기다릴 때 2046이 개봉한 것입니다. 2046은 화양연화에서 주 선생과 소려진이 머무르던 방의 번호였고, 주 선생은 화양연화에서 그들이 종종 만났던 골드 핀치 레스토랑에서 소설을 씁니다. 2046에서도 주 선생과 소려진은 가슴 아픈 이별을 나눕니다. 언뜻 보면 2046은 화양연화의 뒷 이야기로 보일 수 있지만 연장선상에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마치 속편처럼 보였으나 그렇지 않았던 타락천사와 중경삼림처럼 그렇습니다. 자신의 작품들을 중첩시키는 것, 왕가위 감독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미학의 세계인 것입니다.
왕가위 감독은 완벽주의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2046을 완성하는데 근 5년의 시간이 걸린 이유 중 하나는 배우의 연기와 그림 같은 영상이 완벽에 가깝게 조화되도록 만드는 그의 작업 스타일 때문입니다. 영화의 배경을 위해 같은 장소를 며칠간 매시간마다 다시 찍었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추구하는 바를 배우들에게 오랜 시간을 들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것에 맞춰 배우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고조로 발휘할 수 있도록 안내하며 기다렸다고 합니다. 영화의 완성에 대한 의구심이 난무한 가운데에도 최고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왕가위 감독과 그의 팀은 촬영에 전념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대 나온 2046은 극찬을 받았습니다.
왕가위 감독은 영화에서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무너뜨리고 로맨틱한 과거와 꿈결 같은 미래 세계를 혼합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기 위해 최신 CG 기술과 그의 상상력을 결합하게 됩니다. 영화 속의 오프닝과 엔딩의 특수 효과를 위해 프랑스, 이태리, 일본, 홍콩, 중국 등의 5개국의 특수효과 제작사가 동원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감탄을 연발하게 만드는 영화 속 CGI샷은 프랑스 회사 BUF 소속인 수백 명의 전문 기술자와 아티스트들에 의해 창조된 최고의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BUF는 매트릭스 2,3편, 파이트 클럽의 CGI를 담당했던 회사로 2046은 이 회사가 아시아에서 최초로 작업한 작품이기도 합니다.
2046은 화양연화의 인물과 전사를 빌려온 일종의 후속작입니다. 하지만 신기할 만큼 닮지는 않았습니다. 문화혁명의 시대에 있던 1966년 홍콩부터 먼 미래로 상상된 미지의 시공간을 넘나들며 시간의 경과를 강박적으로 보고하고 상황을 설명하고 반복하고 있습니다. 슬로 모션으로 느리게 흘러갔던 화양연화와는 정 반대입니다. 화양연화가 은밀하고 함축적인 시였다면 2046은 과시적이고 비장한 오페라라고 이야기하는 평도 있습니다. 왕가위는 화양연화라는 제목이 여인은 사랑할 때 가장 아름답고, 그것은 곧 홍콩이 가장 아름답던 시절을 뜻한다고 했습니다. 2046에서는 그 여인과 그 시절을 다시 추억하면서 과거로부터 벗어나고자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케미양조위, 기무라 타쿠야, 공리, 왕페이, 장만옥, 장쯔이, 장첸, 유가령...세계적인 홍콩 초특급 스타들을 한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1990년 장국영, 장만옥, 양조위, 유덕화 등 당대 최고의 스타가 한 자리에 모였던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은 단연 화제를 불러온 영화였습니다. 한 편의 영화에 초특급 스타들을 불러 모으는 것은 왕가위 감독이 가진 여러 장점들 중 하나입니다. 왕가위 감독은 다시 한번 그 능력을 발휘했습니다. 아시아 스타이자 세계적인 스타 배우들을 2046에서 함께 하도록 한 것입니다. 이렇게 화려한 스타의 출연은 중국 영화 사상 유례없는 캐스팅이었고 의심할 바 없는 최고의 감독 왕가위와 함께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칸 영화제에서 최초로 공개된 이후 가장 로맨틱한 영화, 최고의 영화라는 언론의 극찬을 받게 됩니다.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영화에 어우러지는 최고 스타들의 연기력 또한 최고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상미 2046 영화의 화면에서 붉은색과 녹색, 노란색과 푸른색이 주를 이루는 보색 대비는 물 위에 뜬 기름방울처럼 형용할 수 없이 눈부시고 화려한 색채의 영상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시간의 단면을 보여주듯 속절없이 지나가는 빠른 화면과 물 위를 흐르는 듯한 화면, 영화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2046을 향해 떠나는 신비로운 열차의 애니메이션 기법, 무채색의 선과 면으로 펼쳐지는 미래 도시의 풍경은 스산한 분위기마저 풍깁니다. 왕가위의 오랜 파트너인 장숙평 미술감독이 설계한 미래와 과거의 공간은 무한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베를린 영화제 명예 상에 빛나는 영화 음악의 거장 피어 래이븐과 오랜 시간 왕가위와 작업을 계속해 온 시게루 우메바야시의 사운드 트랙 또한 영상과 완벽한 조화를 이룹니다.
OST 메인 테마가 국내에도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국내 방송에 종종 BGM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여담 : 비하인드 스토리
2046은 왕가위 감독의 전작 화양연화에서 주모운이 머무는 객실인 동시에 홍콩 특별행정구의 일국양제가 끝나는 2047년 직전의 시점에 대한 은유이기도 합니다. 원래 처음엔 배우 심혜진이 주연급으로 캐스팅됐으며, 왕가위 감독도 부산에 세트를 지어 영화의 일부를 촬영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왕가위 감독 특유의 비정상적으로 무작정 늘어지는 영화 제작 기간 때문에 심혜진도 영화에서 하차했고 부산 촬영 계획도 무산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칸 영화제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2004년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칸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중 유일하게 중국어 영화이기도 했습니다. 2046은 영화제 기간 내내 신문, 잡지의 표지를 장식하며 영화제 초청작 중 언론과 관객들에게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습니다. 프리미어 상영 당일 왕가위 감독과 공리, 양조위, 장쯔이, 유가령, 기무라 타쿠야, 장첸 등의 배우들이 레드 카펫을 밟았을 대는 영화제 중 가장 빛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영화 2046은 칸 영화제의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내기도 했습니다.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의 맹렬한 요구에 조직위원회가 상영회 직후 재 상영을 결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에 왕가위 역시 이제 됐다는 확신을 가졌다고 합니다. 칸 영화제에 이어 2046은 2004년 10월 7일 개막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대체 이 영화는 2046년에나 완성되는 건가요?"끝도 없이 이어지는 촬영에 지친 기무라 타쿠야가 이렇게 불평했다는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2003년 칸 영화제에 출품으로 기정 사실화되었지만 왕가위 감독은 보란 듯이 2004년으로 미루고 예정된 시사를 하루 더 연기하기도 했습니다. 영화제에 선보였다고 끝난 건 아니었습니다. 기자회견 자리에서 마지막 버전이라고 다짐하면서도 "3주만 더 주면 완전히 다른 영화로 만들어 낼 수 있다"라고 농담을 던졌습니다. 부산 영화제 개막작으로 다시 선보인 2046은 칸 영화제보다 10여분 정도 더 긴 버전이 상영되었다고 합니다. 2046은 화양연화와 거의 동시에 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제작 기간은 5년이 넘은 셈입니다. 그 사이 많은 것들이 달라졌습니다. "화양연화는 후속 편이나 마찬가지이지만 곡 후속 편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4년 동안 작업하면서 애초에 생각했던 캐릭터들은 완전히 다른 성격으로 변했다"라고 했습니다. 오래 촬영하고 많이 바꾸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왕가위 감독이지만 2046은 가장 심했던 경우라고 합니다.
느낀 점
국내 전문가들의 별점은 후하지 못했습니다. "멋쩍어라. 영상 시인의 한가로운 복습" "화양연화의 2.5배 모든 것이 과도하다"라고 평가한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세상 독특한 사랑 이약. 난해하고 이해가 되지 않지만 왕가위 감독의 영상미 그리고 어우러진 음악의 조화는 영화에 빠져 들기엔 충분합니다. 그리고 지금은 한 영화에서 볼 수 없는 당대 최고의 배우들을 보는 눈도 즐겁습니다. 사랑은 타이밍이다라는 이야기를 꼭 전하고 싶었다는 왕가위 감독 사랑을 하고 있거나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을 잡지 못했거나 다시 잡을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마음이 전달되길 바라봅니다. 사실 몇 번들 돌려보고 다시 봐야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영화이긴 하지만 왕가위 감독의 명대사 하나하나는 오래오래 남는 듯합니다.
<참고글: 나무 위키, 씨네 2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