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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중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by 라라초이 2022. 8. 24.

화양연화 : In the mood for Love 

 

홍콩 로맨스, 드라마, 멜로

2000년 개봉작 

왕가위 감독 

양조위, 장만옥 주연 

 

중년 남녀의 완숙하고도 애틋한 사랑 이야기

생애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로맨스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찬란했던 시간을 뜻합니다. 

이 영화는 2000년 10월 개봉했고 2016년 BBC가 선정한 21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 2위로 선정되었습니다. 

영화는 웅장한 스케일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영상의 디테일이 살아있고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화양연화 리마스터링 포스터<출처: 구글링 다음 영화>

 

시놉시스

"여자는 고개를 숙인 채 남자에게 기회를 주지만 남자는 다가설 용기가 없고 여자는 뒤돌아선다"

영화는 영화를 보지 못했다면 이해하지 못할 내레이션으로 시작됩니다. 

 

"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

 

같은 날 같은 아파트로 이사 오게 된 두 가정이 있습니다. 

무역 회사의 비서로 일하고 있는 첸 부인과 그녀의 남편 그리고 신문사에서  편집 일을 하고 있는 차우와 그의 아내입니다. 

첸 부인의 남편인 첸씨는 사업상 일본 출장이 잦습니다. 차우 씨의 부인 역시 호텔에서 일하는 관계로 근무 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습니다. 홀로 있는 시간이 많은 첸 부인과 차우 씨는 우연히 거리에서 마주치거나 국숫집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서로의 배우자들이 불륜에 빠져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짐작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애써 외면하려 합니다. 그들의 불륜을 인정하는 순간 무너져버릴 자신의 감정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차우 씨는 첸 부인이 자신의 아내와 같은 핸드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첸 부인 역시 차우 씨가 자신의 남편과 같은 넥타이를 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배우자에게 그 사실을 따지고 들 용기는 없습니다. 두 사람은 카페에서 만나 가방과 넥타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두 사람의 관계를 눈치챕니다.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확신은 없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 불륜 관계의 시작이 궁금해졌습니다. 

두 사람은 그들의 남편과 부인이 부재중일 때마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식사를 하기도 하고 스치듯 마주치기도 합니다. 어느새 두 사람은 은밀한 눈빛에 서로가 이끌린다는 것을 거부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첸 부인과 차우 씨는 비밀스럽고 아슬아슬하면서도 애틋한 만남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고 반복적으로 말하던 차우와 첸 부인.

그들의 남편과 부인처럼 흔히들 말하는 불륜관계가 되지 않기 위해 안감힘을 쓰게 됩니다. 그럴수록 외로움 때문인지 서로에게 더 깊게 더 빠르게 빠져들게 됩니다. 불륜 커플들과 똑같이 되지 않기 위해 감정이 깊어지지 않기 위해 서로의 마음을 애써 외면하려 합니다. 하지만 서로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결국 서로에게 끌리고 있고 사랑에 빠지는 그 감정들이 숨실 수 없고 미친 듯이 빠져 든다는 것을 말입니다. 

차우 씨는 무협 소설 쓰는 것을 좋아하고 첸 부인은 무협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차우 씨는 첸 부인에게 무협 소설을 같이 써 보지 않겠냐고 제안하고 첸 부인은 수락합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져 두 사람의 사이는 급격하게 가까워집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노래도 부르고 소설도 쓰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첸 부인은 차우와 계속 거리를 두려고 합니다.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환경을 바꾸기 위해 차우는 싱가포르로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남편의 불륜보다 차우와의 이별이 더 슬픈 첸 부인입니다. 

"두 사람의 시작이 궁금했었는데 이제 알겠어요. 많은 일이 나도 모르게 시작되죠"

 

"만약 싱가포르로 가는 표가 하나 더 있다면 같이 가지 않을래요?"

"만약 싱가포르로 가는 표가 남았다면 날 데려갈래요?"

직접 물어보지 못하고 마음으로만 서로에게 질문을 하는 두 사람입니다. 결국 같은 마음이지만 밖으로 표현은 못 했던 두 사람입니다. 그들 배우자의 불륜과 같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를 잊지 못하는 두 사람

영화 마지막 장면에 차우는 이 모든 기억을 앙코르와트 사원 벽의 구멍에 비밀을 말한 후 흙으로 덮어 묻어둡니다. 그들만의 화양연화를 봉인하겠다는 듯 보입니다. 

첸 부인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차우를 잊지 못해 그 시절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찬란하고 아름답게 빛나던 시절이지만 지켜야 할 것을 위해 혹은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 이별을 해야 했던 아쉽고도 그리운 시절에 대한 추억과 여운이 진하게 남습니다. 

"그 시절은 지나갔고 그때의 모든 것이 전부 사라졌다. 지나간 시절은 먼지 쌓인 유리창처럼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 없기에 그는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유리창을 깰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 갈지 몰라도"

 

영화 배경: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

1962년의 홍콩 

2차 세계대전의 여파가 거의 끝나고 아시아 국가 간의 무역이 활발 해 지고 있을 무렵입니다. 첸씨의 잦은 일본 출장이나 첸 부인이 무역회사에서 일하는 배경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첸 부인의 남편이 일본 출장에서 전기밥솥을 사 와 이웃들이 모여 밥을 해 먹는 에피소드가 나옵니다. 1962년의 홍콩은 우리나라보다 빠르게 일본 전기밥솥에 눈을 떴나 봅니다. 

전화가 귀해서 옆 집 전화를 이용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옛 모습과 비슷합니다. 이 시절의 공동주택의 거주자들은 한 가족같이 어울리며 식사도 함께 하고 마작도 밤새 즐기며 살았지만 10년이 지난 후에는 옆 집에 사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르는 무관심한 관계로 바뀝니다. 첸 부인이 아들과 함께 차우 씨와의 추억이 있던 아파트로 돌아왔지만 옆 집을 방문한 차우는 이를 알지 못하고 돌아가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화양연화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 중 하나가 차를 마시거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들에 나오는 식기류는 파이어킹이라는 제품입니다. 파이어킹은 미국에서 194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생산한 유리 제품입니다. 영화의 배경인 1962년도는 파이어킹의 전성기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레스토랑 신의 제딧라인 그릇은 레스토랑 납품용으로 다른 제품보다 두껍게 제조했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제딧라인의 그릇은 수정 같은 색감에 약간의 우윳빛이 돌기도 해서 영화의 분위기와 잘 어우러집니다. 영화에 나오는 아주 사소한 소품도 신중하게 사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구글링 다음 화양연화 이미지

 

배우들의 연기

양조위와 장만옥 두 배우의 완벽히 어우러지는 연기와 너무 잘 어우러지는 미장센은 화양연화의 영상을 약간은 비현실적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화양연화는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2000년에 만들어진 1960년대 배경의 홍콩 영화이지만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고 아름답고 세련된 색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화양연화는 두 주인공 사이의 묘한 사랑에 대해 묘사를 했습니다. 본 작품의 주인공들은 배우자들의 불륜에서 오는 마음의 고통을 내면화하고 그 과정을 상대방에 대한 연민 가득한 사랑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자기 자신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심각하고 진지하지만 어찌 보면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입니다. 

대사는 많지 않고 영상은 슬로우 모션으로 찍은 뮤직비디오처럼 느리고 정갈하게 흐릅니다. 이러한 느린 템포와 정적인 화면 구성 또한 이런 주인공들의 분위기를 만드는데 한 몫하고 있습니다. 담배 연기 날리는 속에서 복잡한 심경을 표현하는 양조위, 다정하고 섬세하지만 첸 부인을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 준 양조위의 슬픈 눈빛은 강렬한 색감과 절제되고 정리된 장면으로 몽환적인 느낌마저 들게 합니다. 

옥구슬이 굴러갈 것 같은 장만옥의 슬프고도 아름다운 눈동자와 더해진 고급스럽고 우아하고 잘 차려입은 자신만의 치파오 스타일 그리고 또각또각 힐 소리와 수시로 들고 다니던 국수 통까지 

장만옥이 만든 분위기는 작품을 더 고급스럽게 끌어올렸습니다.

뒷모습마저도 안타까움을 연기했던 두 사람의 모습들까지 감정의 절제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배우들의 모습은 왕가위 감독의 절제된 미장센 장면 하나하나와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카메라 워킹, 구도, 조명, 색채, 소품까지 전부 치밀하게 계산한 장면 장면은 역시 왕가위 감독의 명성을 느끼게 해 주는 요소들입니다. 단순하거나 진부할 수 있는 불륜이라는 소재로 이토록 신비스럽고 긴장감 가득한 매혹적인 영상으로 만든 왕가위 감독은 역시 세계 거장이라는 명성에 꼭 맞는 듯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랑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결코 그 감정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인물들의 마음이 보이기도 하고 이별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해서 그 위태롭고 애틋한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눈이 즐거운 비주얼 

넋을 놓게 되는 우아함의 극치 장만옥 

화양연화는 곧 첸 부인인 장만옥의 이미지입니다. 실제로 치파오를 입은 장만옥의 이미지는 칸 국제영화제의 포스터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영화 촬영 동안 총 21벌의 치파오를 입었다고 하는데요. 과장을 조금 더해서 거의 장면마다 바뀌는 것처럼 느껴진 치파오를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냅니다. 치파오의 색깔은 굉장히 화려한데요. 화려하게 꾸미고 항상 잘 정리된 올림머리를 하고 있는 모습은 마치 내면의 외로움을 감추려는 모습인 듯합니다. 

극 중에서 장만옥은 단순히 우아하다, 아름답다고 설명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별 대사 없이도 캐릭터의 감정이 온전히 전해지게 만드는 눈빛과 표정은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됩니다. 

 

그윽하지만 슬픔이 담긴 눈빛 연기, 양조위 

장르를 가리지 않고 명 연기를 펼치는 양조위 역시 화양연화에서 명불허전 명배우의 면목을 보여줍니다. 늘 포마드로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에 양복 정장 차림은 절제된 감정과 분위기를 외적으로 보여주는 요소 이기도합니다. 감정을 최대한 감추고 분위기로만 모든 것을 전달하는 그의 연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극 중 차우는 어두운 공간에 혼자 머무는 장면이 있는데 그때마다 느껴지는 특유의 분위기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라 보입니다. 

 

귀가 즐거운 OST 음악 이야기

영화의 제목 "화양연화"는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한 시절을 은유하는 말로 1930~1940년대 상하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가수 주선의 동명의 곡에서 제목을 가져왔고 영화의 삽입곡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영화의 장면 중 라디오 DJ가 사연을 소개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는 메이양과 친구와의 우정을 기다린다는 장부인 그리고 사업 때문에 일본에 있는 첸 선생도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며 이 노래를 신청했습니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때를 뜻하는 화양연화입니다"라는 사연을 읽으며 화양연화의 노래가 나옵니다. 

"꽃다운 시절, 달 같던 생기, 얼음과 눈 같던 총기, 아름답던 삶, 다정하던 그대 

원만하던 가정 갑자기 외딴섬에 자욱한 안개와 구름으로 덮였네"

이때 화면은 벽을 사이에 두고 등을 대고 앉아 있는 첸 부인과 차우의 이미지로 연결되며 끝내 함께하지 못하는 두 사람의 애틋한 관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음악은 4분의 3박자 현악 연주곡인 유메지의 테마입니다. 

이는 처음부터 화양연화를 위해 만들어진 곡은 아닙니다. 스즈키 세이준 감독의 일본 영화 유메지의 OST로 쓰인 곡입니다. 하지만 이젠 화양연화의 OST로 더 유명해졌습니다. 이곡이 흐를 때면 차우와 첸 부인은 늘 엇갈립니다. 서로를 원하지만 도 그럴 수만은 없는 복잡한 감정과 처연한 선율이 아주 잘 어울리는 곡입니다. 

 

극 중 레스토랑 식사 장면이나 후반부에 삽입된 곡은 냇 킹 콜의 음악입니다. " Aquellos Ojos Verdes", "Te Qiero Dijiste" 두 곡은 불륜을 확신하게 된 어느 날의 카페 장면에서 나오는 곡인데 쓸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한 곡은 함께 식사하는 장면인데 서로 식사를 하며 느끼는 조금은 기대되고 떨리는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 영화의 완성미를 높이고 있습니다. 

 

후반부에 나오는 음악 역시 냇 킹 콜의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Quizas Quizas Quizas)"입니다. 쿠바에서 만들어진 이 노래 제목을 직역하면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입니다. 나를 사랑하냐는 물음에 당신은 늘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라고 답하는 두 사람의 관계를 나타내는 듯합니다. 확신 없는 불안정한 사랑 그래서 더 간절하고 애틋한 사랑 화양연화의 핵심 정서를 잘 표현한 곡들입니다. 

화양연화 오리지널 포스터<출처:나무위키>

여담: 비하인드 스토리

양조위가 맡은 주오운과 장만옥이 맡은 소려진은 왕가위 감독의 전작인 아비정전과 이후 작품인 2046에도  등장합니다. 이 때문에 왕가위 팬들 중에는 이 세 영화가 동일한 세계관 속에서 진행되는 하나의 시리즈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시대적 배경이 아비정전은 1960년, 화양연화는 1962년, 2046은 1966년입니다. 

삭제 장면이 매우 많은 영화이기도 합니다. 심지어 양조위와 장만옥의 베드신도 있었으나 영화와 어울리지 않다는 왕가위 감독의 생각에 삭제되었습니다. 모든 삭제신이 영하에 포함되었다면 상영시간이 3시간은 되었을 거라는 추측도 있습니다. 한 영화 평론가는 삭제되지 않은 화양연화는 한마디로 전혀 다른 영화라고 말했습니다. DVD에 들어있는 삭제 장면을 본다면 배신감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시나리오를 쓰지 않고 촬영에 들어가기로 유명한 왕가위 감독은 화양연화의 첫 활영을 홍콩의 낡은 병원 건물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곧 헐릴 예정인 이 건물을 영화 속 호텔로 개조해놓고 여기서 베드신을 찍었다고 합니다. 촬영 초기 왕가위 감독은 양조위의 교활한 면을 부각하는 장면도 담았습니다. 장만옥의 남편이 자신의 아내를 유혹했다고 여긴 양조위가 복수심으로 장만옥에게 접근한다는 설정입니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잘못됐다는 느낌이 들어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했다."라고 합니다. 

삭제된 장면은 또 있는데요. 양조위가 싱가포르로 떠난 다음 장만옥이 싱가포르에 갔다 오는 대목입니다. 장만옥은 양조위를 만나지 못했고 신문사 동료 펭을 만나 "혹시 그를 보더라도 내가 왔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말라"라고 부탁하고 싱가포르를 떠나는 장면입니다.

 

영화 말미의 10년 후 그러니까 70년대 장면에서도 주요 삭제된 장면이 있습니다. 

장만옥과 양조위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나팔바지에 콧수염을 기른 양조위는 싱가포르에서 사귄 루루라는 여자와 함께 홍콩으로 돌아옵니다. 양조위의 마음이 다른데 있다는 것을 눈치챈 루루는 펭을 통해 장만옥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장만옥의 아파트까지 찾아간 루루. 남편과 아이는 먼저 이민을 보내 놓고 자신도 이민을 준비 중인 장만옥. 루루는 새로 살 집을 찾았다며 양조위를 장만옥의 아파트까지 이끌지만 당황한 양조위는 화를 냅니다. 그리고 항상 국수를 샀던 그곳에서 양조위와 장만옥은 잠시 마주치게 됩니다.  

 

앙코르와트의 장면에서도 둘은 우연하게 만나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돌아서는 장만옥에게 양조위는 "오랫동안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어요. 내게 전화를 했던가요?"라고 물었고 장만옥은 "기억이 안 나는데요"라고 대답합니다. 둘은 다시 헤어진 후 양조위가 앙코르와트의 작은 구멍에 사랑의 기억을 불어넣고 묻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상영시간을 줄이려고 애써 삭제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생략은 여운을 남겼고 그 여운이 지금의 화양연화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느낀 점 

이루어질 수 없기에 더 애틋한 사랑 

누구나 자신만의 화양연화 시절이 있을 것이고 또 추억으로 남기고 묻고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의 엔딩 여운이 특히나 오래 남는 건 깊숙이 묻어둔 그 지점을 건드리기 때문일 것입니다. 영화는 대부분 1960년대가 배경이지만 마지막 부분에서 10년 후의 모습이 나옵니다.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을 한 첸 부인과 차우는 훗날 자신들의 가장 아름다운 한때를 돌아보며 추억하며 절절한 회한의 정서를 느끼게 합니다. 

사랑의 완성은 아니지만 찬란하게 빛나는 아름다운 추억(시간 또는 사랑)을 마음에 품은 차우와 첸 부인이 부럽습니다.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절정 화양연화. 누구에게나 화양연화의 시절이 있고 그 시절을 묻고 추억하며 살아가고 있을 것입니다. 애틋하게 느껴지는 그 시절을 다시 꺼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고 글: 나무 위키, 씨네 21 등>

출처: 구글링 다음 화양연화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