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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천사 외로운 청춘들의 방황하는 삶

by 라라초이 2022. 8. 25.

타락천사

Fallen Angels 

 

홍콩 로맨스, 드라마, 멜로

1995년 개봉작 

 

왕가위 감독

여명, 이가흔, 금성무, 양채니, 막문위 주연

 

수상내역 

1996년 15회 홍콩 금상장 영화제 (여우조연상, 촬영상, 영화음악상)

1995년 32회 금마장 (주제가상, 최우수 제작 디자인상)

 

출처: 나무 위키

 

시놉시스

"사랑이라는 감정이 두려워 우린 늘 떨어져 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황지명은 그의 에이전트 즉 파트너 외엔 아무 연고가 없는 고독한 킬러입니다. 에이전트는 동업자인 이 킬러에게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황지명이 청부 살인을 하는 동안 그의 파트너는 주인 없는 황지명의 방에서 침대 시트를 정리하거나 쓰레기를 검사합니다. 동업자가 황지명의 집 청소를 마치면 그는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것이 시간의 순서입니다. 

 

어느 날 황지명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고, 동업자는 임무를 수행할 공간의 사전답사를 마치고 지도를 그려 황지명에게 전송합니다. 황지명은 지도를 받은 후 킬러의 임무를 수행합니다. 임무를 완벽하게 끝내고 버스에 오른 황지명. 그곳에서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 청첩장까지 받게 됩니다. 고독한 인생을 살아온 황지명은 순간 결혼식장에 가고 싶지만 이런 곳은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며 쿨하게 청첩장을 창 밖으로 날려버리고 집으로 향합니다. 

 

황지명의 집을 청소하던 동업자는 그의 집에 쓰레기를 보며 그를 알아가고 그가 남긴 흔적을 찾으며 조금씩 그에게 빠져들게 됩니다. 그들은 동업한 지 155주나 되었지만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습니다. 킬러인 황지명이 완벽한 사업을 위해선 사적인 감정이 개입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에 에이전트와 만나는 것을 철저히 피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에이전트는 그런 황지명을 그리며 일방적인 사랑의 감정을 가슴에 묻습니다. 펍에서 술을 마시던 황지명 킬러는 이제 일을 그만두고 싶지만 파트너에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 이렇게 하기로 합니다. 

"어떤 여자가 날 찾아오면 이 동전을 전해주고 내 행운의 번호가 1818이라고 알려줘요."

그리고 찾아온 여자가 그 동전을 주크박스에 넣고 1818을 누릅니다. 1818은 이 주크박스의 선곡 번호였습니다. 

그 노래를 듣고 나면 그녀는 황지명의 뜻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래 가사는 슬픕니다. 

'그를 잊는다는 건 모든 것을 잊는 거예요.

갈 길을 잃어버리고 나 자신마저 잃어버려요.

그를 잊는다는 건 기쁨을 잊고 영혼을 가두는 것과 같아요.

괴로움과 함께 말이에요'

여자는 바 테이블에 앉아 눈물을 흘립니다. 

 

황지명은 펍에서 나와 패스트푸드점에서 만난 금발 머리 여자와 하룻밤을 보냅니다. 하지만 이 여자는 황지명을 처음 만난 게 아니라고 합니다. 

"내가 왜 금발로 염색했을까요? 아무도 쉽게 날 못 잊게 하려고요.

옛날에 우리 만난 적이 있어요. 그땐 머리가 길었어요. 날 베이비라고 불렀잖아요. 지금 날 좋아하면 됐어요."

"그런 말은 안 했는데"

"내일이면 날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죠"

 

파트너는 금발머리인 핑키와 우연히 마주치게 됩니다.

그녀에게서 황지명의 향수 냄새를 알아차린 파트너.

배신감에 사로 잡히고 황지명과 만날 약속을 정합니다. 

작은 카페에서 만난 두 사람과 그 모습을 보고 있는 핑키. 

핑키는 견디지 못하고 빗속 거리로 뛰어들고, 황지명은 핑키를 쫓아갑니다.

그가 자신에게 왔다고 생각하는 핑키에게 그는 또다시 이별을 이야기합니다.

금발머리 핑키는 황지명의 팔을 깨물며 이것으로 자신을 기억해달라, 얼굴에 점이 있으니 기억해달라며 구구절절하게 매달리지만 황지명은 떠나고 맙니다. 

파트너가 기다리고 있던 카페로 다시 돌아간 황지명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 파트너는 마지막 한 건만 더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그 일을 하러 간 곳에서 황지명은 총에 맞아 죽게 됩니다. 

 

한편 다섯 살 때 유통기한이 지난 파인애플을 먹은 뒤 병을 앓았던 하지무는 말을 못 하게 됩니다.

하나뿐인 가족인 아버지를 모시고 친구도 직장도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장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매일 밤 남의 가게에 몰래 숨어들어 폭력적인 방법으로 사장인 척 장사를 합니다. 그는 손님들을 상대로 반 협박적인 방법으로 거래를 합니다. 

 

어느 날 하지무는 전화로 실연당한 여인 체리에게 동전을 빌려주고 체리와 함께 애인 조니를 뺏어간 금발령을 찾아다닙니다. 그 과정에서 하지무는 체리에게 첫사랑을 느낍니다. 

"대게 10대에 첫사랑이 찾아오지만 나에게는 조금 늦게 찾아왔다. 내가 눈이 높아서 그런가 보다.

1995년 5월 30일 난 처음 사랑에 빠졌다. 그날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난 그녀를 보며 내가 가게이고 그녀가 나라고 느꼈다. 나도 모르는 사이 그녀를 가게 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그녀가 얼마나 머물진 모른다. 물론 오래 머물렀으면 좋겠다."

 

첫사랑을 느낀 하지무는 자신이 매력적이게 변해 간다고 생각합니다. 머리는 염색한 것처럼 금발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무는 체리가 그 남자를 잊기를 바랍니다. 체리를 만나기로 약속한 날, 그 장소에 체리는 없습니다.

자신이 잊힌 것을 알게 되고 하지무의 금발은 사라집니다. 하지무는 일식집에서 일을 하는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십니다. 하지무는 캠코더에 담은 아버지의 모습을 계속 돌려보며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고자 합니다.

어느 날 승무원이 된 체리가 그의 가게 앞에서 전화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하지무는 바로 그녀를 알아보고 자신을 알아 봐주길 바라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다른 남자와 떠납니다.

 

식당에 들른 하지무는 파트너와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매일 사람들과 스쳐 지나간다. 그들은 나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그런 것 때문에 나는 언제나 낙천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나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 가끔 감정에 상처받기도 하지만 상관없다. 즐겁기만 하면 된다.

그날 밤 그 여자를 또 만났다. 그녀와는 친구가 될 수 없다. 우린 옷깃이 너무 많이 스쳐 해질 지경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 날씨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녀가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파트너 그녀의 이야기 

"나는 그에게 집에 데려다 달라고 했다. 난 오랜만에 오토바이를 탔고 오랜만에 또래 남자와 가까이에 있었다.

이 길은 집까지 그리 멀지 않으며 곧 내려야 한다는 것도 알지만 지금 이 수간은 매우 따뜻하다."

출처: 구글링 다음 영화

 

영화 배경: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

타락천사는 원래 왕가위 감독의 직전 작품인 중경삼림의 금성무-임청하 이야기와 양조위-왕비 이야기 뒤에 이어지는 이야기로 구성하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중경삼림의 러닝타임이 너무 길어지게 되어 중경삼림의 이야기 구성에서 떼어내어 별개의 영화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타락천사는 로맨스를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고독한 킬러와 그의 동업자, 그리고 낯선 여자와의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주인 없는 상점에서 불법으로 장사하던 한 남자가 실연당한 여자를 만나면서 겪는 감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90년대 홍콩 도시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스타일과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 역시 왕가위 감독의 영화답게 넘볼 수 없는 분위기와 미장센의 극치를 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독특한 촬영 방식과 왕가위 감독만의 독특한 감각으로 타락천사 만의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클로즈업과 와이드 앵글 렌즈를 사용한 촬영, 스텝 프린팅 촬영 방식 등으로 인간의 왜곡된 심리를 더 고립되어 보이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의 배경은 밤 시간인데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시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는 표현입니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을 보면 카메라를 볼록렌즈처럼 왜곡시켜서 보여주는 Fade ALP라는 기법의 장면들이 있습니다. 이것을 사용하는 것은 대부분 현실과 왜곡된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표현하는데 가장 많이 사용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이가흔이라면을 먹고 있는데 금성무가 싸우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가흔이 라면을 먹는 중 금성무는 머리에서 피가 나도록 싸웁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분명 도망가거나 피했을 상황입니다. 하지만 피 터지게 싸우는 요란한 상황에서도 이가흔은 단지 라면만 먹습니다. 이것은 이가흔의 심리 상태가 현실과는 분리된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여명이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을 먹을 때 막문위가 말을 거는 장면이 있습니다. 역시 이 기법이 사용되었는데 막문위 혼자 떠들어대고 여명은 그냥 웃거나 모르는 척하는 장면입니다. 이 역시 현실과 동떨어지게 생활하는 여명의 상태와 전혀 알지도 못하는 여명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막문위의 왜곡된 행동과 심리를 표현한 것입니다. 

 

타락천사의 이런 기법들과 분위기는 한국에서도 패러디가 되었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스텝 프린팅 기법은 국내 영화 비트 등 여러 영화나 광고에서 모방하기도 했습니다. 배우 이가흔과 막문희가 교차하며 등장하는 씬은 한불 화장품 회사의 CF에서도 패러디가 되었습니다. 낯선 여자에게서 그의 향기를 느꼈다는 카피가 유행했습니다. 

 

또한 2017년 수지의 노래 "Yes No Maybe"의 뮤직 비디오는 타락천사의 주요 장면을 오마주 하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왕가위 감독의 세련된 스타일은 감각적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타락천사는 분명 매력적인 미장센으로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지만 스토리는 호불호가 갈립니다. 오글거리기도 하고 범죄를 미화한 모습이 불편하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남의 가게에서 반 협박식으로 장사를 하는 금성무의 모습은 억지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기억에 관한 아련한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기억 상실증에 걸린 황지명, 아버지의 모습을 캠코더에 담아 계속 돌려보는 하지무의 행동에서 누군가를 기억하고 싶은 마음을 표현해 냅니다. 차갑고 우울한 도시에도 따뜻한 기억과 감정 그리고 사랑은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는 영화입니다. 

왕가위 감독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발 없이 떠돌아다니는 외로운 새입니다. 

불안정하고 바보 같고 누구보다 외로운 존재들입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 너무도 닮아 있습니다. 

 

출처: 구글링 다음 영화

 

귀가 즐거운 OST 음악 이야기 

왕가위 감독은 사운드를 영화에 어우러지게 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여명이 킬러로써 등장할 때의 사운드는 타락이라는 감정을 저절로 느끼게 합니다. 금성무가 다소 엽기적인 행동을 할 경우에는 조금은 흥겨운 음악을 삽입하여 금성무의 행동에 위안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은 바로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1818'이라는 번호의 '망기타'입니다. 이 음악은 파트너 이가흔이 홀로 바에서 붉은색 미니 원피스를 입고 담배를 피우며 주크박스 곁에서 듣던 음악입니다. 이 장면 때문에 이가흔은 홍콩에서 가장 유명한 속옷 광고모델로 한동안 잘 나갔다고 합니다. 

 

배우들의 케미 

여명, 이가흔, 금성무, 양채니, 막문위 등 당대 청춘스타들이 대거 출연했습니다. 

고독한 킬러 하지명 

가질 수 없다면 없애버리는 동업자 

잊히는 게 두려운 핑키 

늘 사랑이 필요한 체리

모든 걸 다 잃지만 자신만의 삶을 살게 되는 하지무 

 

홍콩의 어두운 밤거리를 배경으로 불안한 청춘을 연기한 그들은 왕가위 감독 특유의 영상미와 잘 어우러지고 있습니다.

특히 기울어진 앵글 속 여명의 옆모습은 시간이 멈춘 듯 한 느낌입니다. 

 

여담 : 비하인드 스토리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소위 인스타그램 감성 등 현재 취향에도 부합하는 뛰어난 영상미를 자랑합니다.  다만 느슨한 스토리 전개와 전작과의 어정쩡한 연결성 등의 이유로 호불호는 극명히 갈리는 영화입니다.

극 중 킬러인 여명이 쌍권총을 들고 나오는 장면은 오우삼 감독이 연출한 영웅본색의 주윤발 장면을 오마주 한 것이라고 합니다. 홍콩 누아르의 전성기를 만들어낸 오우삼 감독에 대한 동경 또는 존경의 의미일 것입니다.

삭제된 장면으로 엔딩에서 하지무가 파트너를 주유소까지 데려다준 뒤 키스를 하고 오토바이로 새벽 거리를 달리며 떠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기억에 관한 예술을 지향하는 왕가위 작품답게 이 작품에서도 기억에 관련된 요소들이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과거 베이비와 한번 만났었지만 그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새로운 인연으로만 생각하려다 마지막에 가서야 그녀를 잊지 않겠다던 황지명과 천진난만한 모습을 시종일관 유지하다가 캠코더로 영상 편지를 녹화해 가족에게 보내는 사토를 보고 아버지의 모습을 캠코더에 담는 하지무 등 영화는 기억이 가지는 많은 의미들을 다양한 방법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구글링 다음 영화

 

느낀 점 

따뜻함이 그리웠던 사람들의 길고도 어두운 밤의 이야기인 타락천사는 처절한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외로운 사람들이 나누는 잠깐의 온기와 감정 그 이후 찾아오는 상실의 씁쓸함은 어쩌면 지금 사람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우울함의 극치인 홍콩의 밤거리가 그래도 반짝일 수 있는 건 그들의 청춘이 반짝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홍콩이라는 화려한 도시의 한쪽 편에 함몰된 고독을 왕가위 감독은 황홀하면서도 약간은 퇴폐적인 느낌마저 표현했습니다. 차갑고 쓸쓸한 새벽 공기 같은 타락천사. 

영화를 보는 내내 고독함이 영화를 뚫고 나오는 느낌입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거리 곳곳에 숨어 홀로 담배를 피우며 견뎌내는 사랑이라는 외로움 그리고 살아야 한다는 고독 

인연이 언제 어디서 시작하고 끝날지 모른다는 왕가위 식 인연론은 진부하지만 너무나 잘 맞는 말처럼 보이는 영화입니다. 

영화 중간에 뜬금없이 나오는 부산식품 간판 덕분에 한번 피식 웃을 수 있는 여유도 있습니다. 

 

불빛이 화려할수록 그림자는 짙어지고 기억을 더듬을수록 현실은 희미해지고 점점 더 쓸쓸해집니다. 그 고독이 그저 추억이 되고 낭만이 도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흔들리는 시선과 빛이 투영된 불안한 영혼들마저 왕가위식 기법으로 수채화처럼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담뱃재가 밥에 떨어지는 것도 모르고 퍼먹는 여자의 기분은 그만큼의 고독과 상실감일 것입니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카메라와 슬로우 장면의 조화에서 왕가위 감독의 탁월한 연출을 느낄 수 있습니다. 

 

중경삼림에서의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이야기라면 타락천사는 기억하는 자와 잊으려는 자가 모여 만든 중경삼림의 빨간 맛 버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나 연출 기법은 중경삼림의 연장선인 듯 아닌 듯하게 흘러가며 나도 모르게 저절로 빠져들게 하는 왕가위의 매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분위기에 올인한 영화 

내용보다는 보이는 화면에, 보이는 화면보다는 들려오는 노래에 마음이 동요되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참고 글: 나무 위키, 시네 2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