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미디 드라마 요리 영화
2006년 개봉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코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이리, 모타이 마사코 주연
핀란드 헬싱키를 배경으로 소소하지만 따뜻한 일상을 담은 드라마
시놉시스
헬싱키의 길모퉁이에 새로 생긴 카모메 식당
이곳은 야무진 일본인 여성 사치에가 운영하는 작은 일식당입니다. 일본의 주먹밥인 오니기리를 대표 메뉴로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지만 한 달째 손님이 오지 않습니다.
기웃거리며 지나가는 행인들만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사치에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늘 부지런히 영업을 합니다. 꿋꿋이 매일 아침 음식 준비를 하는 그녀에게 언제쯤 손님이 찾아올까 궁금하기만 합니다.
여느 때처럼 손님을 기다리던 어느 날, 일본 만화 마니아인 토미가 첫 손님으로 찾아와 대뜸 독수리 오 형제 주제가나 일본 만화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봅니다.
사치에는 토미가 물어봤던 갓챠맨의 노래가 도무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자료를 찾아보기 위해 서점에 들르는데 일본인으로 보이는 미도리에게 말을 겁니다.
"저기.. 갓챠맨 노래를 아십니까?"
당황한 미도리는 안다고 대답하고 가사를 적어줍니다.
가사를 건네받은 사치에는 미도리에게 어떻게 핀란드까지 오게 되었냐고 물어봅니다.
"그냥 찍었어요.
눈을 감고 세계지도를 찍은 곳이 핀란드였어요. 꼭 떠나고 싶었어요."
찍은 곳이 알래스카나 타히티라도 떠났을 거냐고 묻는 사치에에게 미도리는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엉뚱한 미도리가 나타나 사치에의 가게 일을 도우며 사치에의 집에서 잠시 머물게 됩니다.
미도리가 사치에에게 묻습니다.
"왜 이곳에서 혼자 살게 되었나요?"
"여기라면 나도 살아갈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세상엔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 많아요."
집에서 합기도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치에.
그런 사치에를 본 미도리도 합기도를 배우고 싶다고 이야기합니다.
"세상이 끝나는 날 뭘 하고 싶어요?"
"맛있는 걸 먹을 거예요. 좋은 재료를 써서 잔뜩 만들고 좋은 사람만 초대해서 술도 한잔하면서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는 거죠."
그렇게 둘은 천천히 그들만의 방식으로 우정을 쌓아갑니다.
장사가 더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미도리는 이것저것 시도를 해 보지만 사치에는 결국 자신의 생각대로 식당을 운영하기로 합니다.
"여긴 레스토랑이 아니라 동네 식당이에요. 근처를 지나다가 가볍게 들어와 허기를 채우는 곳이죠."
비록 지금은 손님이 없지만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치에입니다.
또 한 명의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마사코
일본에서 관광을 왔는데 짐이 들어 있는 캐리어 가방을 잃어버려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다 카모메 식당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마사코는 20년간 부모님 병 수발을 하느라 자기 인생이 없이 살았습니다. 병간호를 하다 TV에서 핀란드 축제를 즐기는 핀란드 사람들이 부러웠다고 합니다. 그러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족쇄가 풀린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핀란드행 비행기를 탔는데 공항 측의 실수로 짐 가방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드디어 짐을 찾았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짐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공항에 짐이 바뀐 것 같다고 전화를 하고 돌아서려는 항구에서 우연히 만난 핀란드 남자가 고양이를 마사코에게 안기고 가버립니다. 그 바람에 마사코는 핀란드를 떠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짐 가방을 잃어버려 계속 같은 옷을 입고 다니는 마사코에게 사치에와 미도리는 자신의 옷이라도 빌려줄까라며 물어봅니다. 마사코는 "계속 이 옷만 입고 지낼 순 없겠네요"라고 대답한 후 쇼핑을 갑니다. 조금은 화려한 옷을 입고 나타난 마사코에게 사치에와 미도리는 멋지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고 마사코는 이렇게 인생 2막을 열어가는 듯합니다.
또 다른 여인 리사
리사는 카모메 식당 앞에 나타나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고 가곤 했습니다. 여느 날처럼 밖에서 노려보기만 할 줄 알았던 리사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미도리는 당황하고 사치에는 어서 오세요라고 말하며 똑같이 손님처럼 맞이합니다. 리사는 술을 달라고 하고 술 한잔을 마신 후 사치에와 미도리에게도 술을 권하지만 둘은 거절합니다. 마사코와 한잔씩 마시기 시작한 리사는 갑자기 술에 취해 쓰러집니다.
리사를 집까지 데려다준 후 마사코는 리사를 보살피며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줍니다.
사치에와 미도리는 그녀를 기다리며 대화를 나눕니다.
미도리
"조용하지만 친절하고 언제나 여유로운 사람들 핀란드 사람들은 다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네요."
사치에
"그거야 그렇죠. 어디에 가든 슬픈 사람도 있고 외로운 사람도 있는 법 아니겠어요?"
미도리
"세상이 끝나는 날에 꼭 불러줘야 해요."
사치에
"예약해 둘게요."
리사는 남편이 이유도 없이 떠나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합니다. 미도리는 놀라며 마사코 씨 핀란드어를 할 줄 아냐고 묻고 마사코는 당연하다는 듯이 아니요라고 대답합니다.
또 한 명의 특별한 손님은 마티입니다.
커피를 맛있게 만드는 비법을 알려준다고 합니다.
커피 루왁
커피를 맛있게 하는 주문인데 이 주문을 하면 커피가 맛있어진다고 합니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이 남자의 실체가 밝혀집니다.
이 남자는 사치에의 식당에서 카페를 운영했던 사람입니다. 오래된 커피 머신이 있었는데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그것을 가져가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문이 닫힌 식당에 도둑처럼 몰래 들어와 그 기계를 가져가려고 했지만 들키고 맙니다.
그의 사연을 들은 사치에
배고픈데 뭐라도 먹자며 오니기리를 만들어 함께 먹으며 분위기를 전환시킵니다.
사치에도 커피를 만들 때마다 커피 루왁 이 주문을 외친 후 만듭니다. 손님들 반응도 좋습니다.
어떤 메뉴를 더 해볼까 고민하던 사치에에게 문득 떠오른 시나몬 롤 빵
시나몬 롤 빵을 굽던 날
매일 식당 문 앞에서 들여다보기만 하던 핀란드 중년의 세 여인도 맛있는 냄새에 이끌려 가게에 들어오게 되고, 커피와 시나몬롤 빵을 주문합니다. 이렇게 카모메 식당에는 손님들이 하나둘씩 늘어갑니다.
미도리는 사치에에게 왜 오니기리를 주메뉴로 판매하냐고 물어봅니다.
사치에는 "오니기리는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아는 고향의 맛이잖아요."라고 대답하지만 이내 속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엄마가 일찍 돌아가시고 집안일을 혼자 다 했는데 일 년에 딱 두 번 아버지가 오니기리를 싸 주셨어요. 소풍 때 그리고 운동회 때. 연어, 매실, 말린 생선을 넣은 주먹밥이었는데 크고 볼품은 없었지만 너무 맛있었어요. 그래서 그 고향의 맛을 핀란드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
오니기리는 다른 사람이 만들어 준 게 훨씬 맛있다는 말도 합니다.
하나둘씩 늘어가는 손님들로 카모메 식당은 활기를 더 해 갑니다.
마사코 씨의 가방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은 사치에와 미도리
미도리는 묻습니다.
"마사코 씨가 일본으로 돌아갈까요?"
"본인만 알겠죠. 어떻게 결정하든 우린 응원해 줘야죠"
"맞아요. 이상한 질문이긴 한데.."
"뭔데요?"
"제가 일본으로 돌아가면 사치에 씨가 쓸쓸해할까요?"
"돌아가세요?"
"아니요. 만약에요."
"글쎄요. 식당이야 원래 혼자 했었고 미도리 씨도 본인의 인생이 있으니.."
"쓸쓸하지 않다는 말씀이군요"
"그런 말은 안 했어요"
"쓸쓸하지 않으시군요"
"쓸쓸하죠"
"됐어요"
"하지만 늘 똑같은 생활을 할 수는 없죠. 사람은 모두 변해가니까요. 좋은 쪽으로 변하면 좋을 텐데 그럴 거예요. 아마도"
주인공 사치에의 정갈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음식에 매료되는 핀란드 사람들
그리고 북적이는 식당
바쁜 순간이지만 손님으로 가득 찬 식당을 보며 뿌듯한 사치에
드디어 카모메 식당이 손님으로 가득 찼습니다.
영화 배경: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
데뷔작 요시노 이발관으로 소년들의 성장을 사랑은 5.7.5! 에서는 고교생의 청춘을 그린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만든 따뜻한 어른들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무대는 핀란드 헬싱키. 사치에의 북유럽 생활이 정성스럽게 그려지는 전반부를 지나 헬싱키에서 갑자기 가게로 뛰어든 마사코와의 우정에 초점이 맞춰지는 후반부로 가면서 맛있는 요리와 함께 식당의 공기는 점점 더 따뜻해집니다. 주인공 사치에의 유창한 핀란드어와 당당한 아름다움 그리고 그녀와 함께 생활하는 마사코 등의 절묘한 캐릭터 설정도 영화의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일상에 넘치는 부드럽고 따뜻한 행복을 모아 보는 사람들까지 활력을 주는 훈훈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무레요코가 지은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감독이 이런 주제의 소설을 요구해서 원작이 나왔다고 합니다.
배우들의 케미
배우들의 담백한 연기가 힐링이 되는 영화입니다.
사치에 역의 코바야시 사토미, 미도리 역의 카타기리 하이리, 마사코 역의 모타이 마사코 등 일본 배우들과 핀란드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롭습니다. 누구 하나 튀기 않고 잘 어우러지며 영화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담 : 비하인드 스토리
우리나라 예능 윤 식당의 모티브가 되었다는 영화입니다. 식당 이름 카모메는 일본어로 갈매기를 뜻하는 단어입니다. 이는 헬싱키에 갈매기가 많아 가게 이름으로 지었다고 합니다. 핀란드 헬싱키에는 실제로 같은 이름의 식당이 존재합니다. 일식 라멘, 돈가스, 카레 등이 주력 메뉴입니다. 대부분 손님은 일본인이라고 합니다.
영화에 출연한 배우 중 미도리 역할을 맡았던 가타기리 하이리는 이후 영화 촬영 중 핀란드에 체류했던 경험을 살려 나의 '핀란드 여행기'라는 에세이집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느낀 점
일본 영화 특유의 잔잔함과 헬싱키라는 공간적 배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영화입니다. 북유럽 특유의 차가운 이미지를 잘 살려낸 영상미가 돋보입니다. 삶에 지친 이들에게 평온과 여유를 일깨워주며 삶의 소소한 철학을 전하는 느낌입니다.
마음의 치유가 필요할 때 각자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듯합니다.
어찌 보면 영화라기보다는 핀란드에 있는 일본 가게의 일상을 보여주는 듯한 흐름이 자연스럽습니다. 영화의 사람들이 서서히 자신의 마음을 열고 상호 친밀감을 쌓는 과정은 느리지만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저마다의 상처를 가지고 살아가는 카모메 식당에서 치유가 되는 것처럼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입니다.
<참고 글: 나무 위키. 씨네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