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oment of Romance
홍콩 누아르 액션 드라마 멜로 영화
1990년 개봉
진목승 감독
유덕화, 오천련, 오맹달 주연
천장지구는 하늘과 땅이 오래도록 변치 않는다는 뜻으로 하늘과 땅만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은 아닙니다. 원제는 천약유정으로 당나라 시인 이하의 시에서 유래했습니다. 만약에 하늘에 정이 있다면 하늘도 슬픔으로 늙으리라는 뜻입니다.

시놉시스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태어난 아화는 어릴 적 어머니를 잃었습니다. 병든 할아버지의 치료를 위해 어둠의 세계인 거리의 삼합회 세계에 빠져 오토바이를 즐기며 살고 있습니다. 삼합회 조직원들의 보석상을 터는 일을 도와주다 경찰에 몰린 아화.
그때 마침 길을 가던 여인 죠죠를 인질로 잡아 야산으로 도망하게 됩니다. 아화와 함께 다니던 무리가 죠죠가 자신들의 얼굴을 알고 있으므로 죠죠를 죽여야 한다고 주장하자 아화는 자신이 죽이겠다고 하고 죠죠를 풀어줍니다.
죠죠는 부족함 없이 자라온 부잣집 아가씨인데 거칠고 음울한 자신과 다른 삶을 살아온 아화에게 마음이 갑니다.
그로부터 얼마 뒤 경찰은 아화 무리를 잡아두고 죠죠를 불러 용의자들의 몽타주를 확인하도록 합니다. 죠죠는 아화와 그 무리들의 얼굴을 알아보지만 모른척하고 아화를 풀려나게 합니다. 아화 무리는 죠죠를 저대로 두면 안될 것 같다며 틈틈이 죠죠를 공격하고 그때마다 아화가 나타나 죠죠를 지켜줍니다. 이 과정에서 죠죠는 아화를 사랑하게 되고, 아화가 있는 곳을 찾아가며 일부러 만나게 됩니다. 계속 찾아오는 죠죠가 부담스러웠던 아화는 자신이 자주 찾아가는 레이스 경주를 하는 곳에 아화를 데려갑니다. 그곳에서 위험한 내기 트럭 레이스를 하게 됩니다. 당연히 죠죠를 트럭 지붕 위에 태우고 말입니다. 트럭이 박살 나고서야 끝난 트럭에서 내려오며 죠죠는 아화에게 오늘 생일이라서 찾아왔다고 울며 이야기합니다. 미안했던 아화는 죠죠를 데리고 케이크를 훔쳐 길거리에서 생일파티를 합니다. 생일이 언제인지 모르는 아화에게 죠죠는 오늘부터 같은 날 생일이라고 말합니다.
서로에게 점점 빠지게 된 두 사람.
오토바이 수리나 행글라이더 비행 등 데이트를 하면서 서서히 사이가 가까워집니다.
아화는 죠죠로 인해 자신의 삶을 올바른 방향으로 돌려놓은 것 같은 기분을 잠시 느끼기도 합니다.
죠죠는 수영장이 있는 대저택에 거주하는 부잣집 아가씨로 부모님은 사업차 외국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일이 있어 홍콩으로 입국한 죠죠의 부모님은 아화와의 만남을 좋아하지 않고 캐나다로의 유학을 재촉합니다.
설상가상으로 삼합회의 두목이 죽은 후 이인자인 라바와 의형이 보스 자리를 놓고 대립하다가 라바가 만남의 자리에서 의형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모습을 목격한 아화는 적대 조직원들과 싸우는 도중 커다란 가스통에 머리를 맞게 됩니다. 불길하게도 아화의 코에서 코피가 멈추지 않습니다.
자신의 목숨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한 아화
그 길로 죠죠를 찾아갑니다. 죠죠는 캐나다로 떠나는 날이었고, 공항으로 떠나는 차에 타기 직전의 상황이었습니다. 아화를 발견한 죠죠는 어머니 몰래 빠져나와 아화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떠납니다. 이때 죠죠가 연애를 하는 것을 알고 있던 가정부 아주머니가 모르는 척해주는 것이 이 영화의 명장면 중 명장면입니다. 죠죠와 만난 후 근처 웨딩샵에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훔쳐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성당까지 질주합니다. 성당 앞에서 둘만의 작은 결혼식을 올리게 되고, 아화는 기도하는 죠죠를 두고 몰래 가버립니다. 포숙과 함께 복수를 위해 나서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혼자만 가려고 술병으로 포수의 머리를 때려 기절시키고 혼자 가버리지만 이후에 정신을 차린 포숙이 좇아옵니다. 의형을 살해한 라바를 죽인 후 라바의 부하에게 칼을 맞은 아화는 피투성이가 된 채 죽어갑니다. 한편 죠죠는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성당에서 기도를 하다 아화가 없어진 걸 뒤늦게 확인합니다. 뛰어서 쫓아가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녀는 맨발로 도로에서 피가 나도록 달리고 또 달립니다.
음악이 멈추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배우들의 케미
아화 역의 유덕화는 어릴 적 부모를 잃었습니다. 사실 누군지 모릅니다. 가족사진이 스치는 장면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여성의 사진 기사가 나오는데 정황상 아화의 친모로 보입니다. 여자, 오토바이, 술, 트럭 레이스에 빠져서 방탕한 삶을 살다가 조직원의 보석상을 터는 과정에서 연인이 되는 죠죠를 만나게 됩니다.
죠죠 역의 오천련은 우연히 길을 걷다가 사건에 휘말려 아화와 만나게 됩니다. 대저택에 거주하는 부잣집 아가씨이지만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려 합니다.
포숙 역의 오맹달은 길거리에서 손세차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싸움에 능력이 있는 아화와 상당히 친한 사이로 묘사되지만 의외로 소심한 면모가 있어서 그런지 자기보다 더 어린 건달들에게도 쩔쩔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귀가 즐거운 OST 음악 이야기
단잠적온유(短暂的温柔)라는 OST는 짧은 순간의 사랑이라는 뜻의 제목입니다. 노래처럼 아화와 죠죠는 안타까운 짧은 사랑으로 끝나고 마는데 마지막 장면에 바로 이 OST가 흘러나와 더 애잔한 장면을 완성합니다.
여담: 비하인드 스토리
이 영화는 당시 20대였던 진목승 감독의 데뷔작이라고 합니다. 홍콩 누아르 세대의 감독들 중에서도 섬세한 스토리가 특기인 감독입니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에는 홍콩에서 우후죽순처럼 범죄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기였습니다. 소위 말하는 "홍콩 누아르"로 불리던 영화들로 이 영화 역시 그 홍콩 누아르 장르인 총 액션 영화로 알고 본 사람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왕가위 감독의 수작인 열혈남아와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두 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유덕화의 매력이 여기서도 매우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아화(유덕화)가 코피를 흘리며 웨딩드레스 차림의 죠죠(오천련)를 데리고 오토바이로 질주하는 장면은 그 당시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장면입니다.
결말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던 홍콩 누아르는 아녔습니다. 거칠고 잔혹한 복수극이나 화려한 총격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열린 결말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화려한 총격전이 일어나리라 예상한 걸 뒤엎은 반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홍콩 판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비교되기도 합니다. 이루지 못할 사랑의 키워드에 당시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겪은 홍콩의 무드가 녹아있는 작품입니다.
부모 세대 또는 자신을 둘러싼 사회와 갈등을 겪고 있는 삶의 목표도 꿈도 없는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안정된 삶을 꿈꾸지만 끝내 좌절되고 마는 비애가 섞여 있는 작품입니다.
당시 유덕화의 인기에 힘입어 오토바이, 청자켓, 찢어진 청바지 등이 크게 유행했습니다.
제목인 천장지구는 하늘과 땅만큼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사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한국에서 개봉된 영화의 제목입니다. 홍콩에서는 천약유정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대만에서는 추몽인이라는 제목으로 개봉을 했는데 꿈을 좇는 사람이라는 의미라고 합니다. 개봉판 제목으로도 당시 각 나라에서 영화의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홍콩 판 로미오와 줄리엣, 절절한 멜로드라마로 보았고 홍콩에서는 아화의 비극 저인 삶과 사랑에 주목했습니다. 대만에서도 아화에게 포커스를 두었는데 꿈을 이루지 못해 좌절한 젊은이의 표상에 더 관심을 보였습니다.
천장지구는 많은 유행을 낳았습니다. 찢어진 청바지, 오토바이가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어필했고 유덕화 신드롬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아화와 죠죠의 사랑 이야기도 인상적이지만 잉여 인생으로 나와 자기보다 훨씬 어린 건달들에게 시달리던 오맹달도 인상적입니다. 그는 이 영화에서 보여준 연기로 제10회 홍콩금자상영화제에서 남우 조연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시 도박과 주색잡기로 몰락한 상태였던 오맹달은 이 영화가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깨닫고 혼심의 힘을 다해 오디션에 임해 캐스팅되어 열연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제작을 담당한 두기봉 감독과 감독을 한 진목승은 오맹달의 부정적인 소식을 익히 알고 있어서 오디션에서 좋은 연기를 선보였음에도 캐스팅하기 꺼렸으나 당시 대배우인 주윤발이 간절하게 부탁해서 차마 거절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천장지구는 한국에서는 비디오 대여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습니다. 천장지구의 인기를 노려 곽부성과 오천련이 주연으로 나온 속편, 유덕화와 오천련이 주연으로 나온 천장지구 3 등이 수입되어 개봉하였고 유덕화가 천장지구 3의 홍보를 위해 내한하기도 했습니다.



느낀 점
누아르이지만 멜로를 담고 있는 슬픈 누아르입니다. 탄탄한 스토리와 캐릭터가 조화를 이루는 몇 안 되는 누아르 명작 중의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분을 초월한 이루지 못한 사랑이라는 주제는 안타깝고 진부하지만 더 가슴 아프게 사람들의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아름답지만 위험하고 달콤하지만 치명적인 이룰 수 없기에 더 안타까운 사랑이라는 주제는 첫사랑처럼 아련한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 참고 글: 나무 위키, 씨네 2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