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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경삼림 다양한 청춘들의 다양한 사랑 이야기

by 라라초이 2022. 8. 24.

홍콩 드라마 

1994년 개봉작 

 

왕가위 감독 

양조위, 임청하, 금성무, 왕페이 주연 

 

중경삼림 오리지널 포스터 <출처: 나무위키>

 

시놉시스 

1994년 홍콩이 배경인 드라마 장르의 영화입니다. 구룡반도의 청키 맨션 주변을 배경으로 한 1부와 홍콩섬의 센트럴 지역을 배경으로 한 2부로 실연을 겪는 두 남자 경찰을 주인공으로 한 두 개의 이야기가 나오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됩니다. 

1부는 만우절의 이별 통보가 거짓말이길 바라며 술집을 찾게 된 경찰 하지무와 금발의 마약 밀매상의 이야기로 

2부는 여자 친구가 남긴 이별 편지를 외면하는 경찰과 그 경찰을 짝사랑하며 그의 실연의 아픔을 잊게 도와주는 단골 가게 점원의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실연의 상처를 입은 두 남자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앞둔 두 여자 

네 사람이 만들어 내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는 방법에 대한 독특한 상상력이 만들어 내 로맨스 영화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입니다. 

 

1부 하룻밤의 미묘한 만남, 사랑일까?

"내 사랑의 유통기한은 만 년으로 하고 싶다" 

5월 1일은 사복경찰 하지무의 생일이자 옛 애인 메이와 헤어진 지 한 달이 되는 날입니다. 시간이 남으면 단골 스낵바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헤어진 옛 애인을 기다립니다.  하지무는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30일 동안 사 모으고 그날이 되도록 그녀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잊겠다고 다짐합니다. 

금발 가발의 여인은 마약 밀매업자입니다. 바에서 백인 보스로부터 봉투를 건네받고 마약 밀매를 위해 운반책인 인도인들의 옷과 짐 등에 마약을 숨기고 공항으로 인솔해 갑니다. 수속을 밟는 동안 운반책인 인도인들은 마약이 든 옷과 짐 가방 등을 가지고 사라지고 맙니다. 금발 여인은 사라진 인도인들을 찾기 위해 청키 맨션 주변을 뒤지고 다니며 잠깐 동안 아이를 유괴하기도 합니다. 5월 1일 그 여인은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인도인들을 총살하고 그들의 무리에 쫓기다 가까스로 지하철에 탑승해 도망치게 됩니다. 

 

한편 유통기한이 5월 1일까지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찾고 있는 하지무

4월 30일에도 역시 통조림을 사러 편의점에 간 그는 유통기한 임박한 파인애플 통조림이 없자 점원에게 물어봅니다. 하지만 통조림의 유통기한이 내일까지인 제품은 팔지 않는다는 말에 화를 내며 직원과 실랑이를 벌입니다. 유통기한 임박 제품이 모아둔 곳에서 5월 1일 파인애플 통조림을 찾아서 나오는 길에 행색이 초라한 할아버지에게 통조림을 건네지만 그 할아버지 조차도 유통기한이 다 된 것은 먹지 않는다며 버럭 화를 냅니다. 

 

5월 1일까지 하지무는 초조하게 옛 애인 메이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감감무소식입니다. 용기를 내어 그녀에게 전화했지만 전화기 너머에는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단골 스낵바인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에서 자신을 짝 사랑하는 아르바이트생인 "메이"의 존재를 떠올린 그는 외로운 마음을 달래고자 심야 영화라도 볼까 그녀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메이는 하지무를 좋아했지만 반응이 없는 그 대신 자신에게 먼저 데이트를 신청한 리처드라는 남자와 이미 떠난 상태입니다. 실망한 그는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다 먹어버리고 술집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처음 들어오는 여자를 사랑하기로 마음먹는데 그때 들어오는 여자가 바로 지칠 대로 지쳐버린 금발의 마약 밀매업자입니다. 하지무는 그녀에게 다가가 광둥어, 영어, 일본어로 '파인애플을 좋아하냐'라고 물어보며 작업을 걸지만 그녀는 대답이 없습니다. 북경어로 물어보고 나서야 그녀는 대답을 합니다. 피곤해하는 그녀에게 하지무는 끈질기게 구애를 시도하고 둘은 취하도록 술을 마십니다. 하지무는 쉬고 싶다는 그녀를 호텔로 데리고 갑니다. 금발의 여인은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뻗어 버렸고, 하지무는 그녀가 잠든 동안 2편의 광둥어 영화와 4개의 샐러드를 먹고 날이 밝자 떠날 준비를 합니다. 떠나기 전 침대에서 자고 있는 그녀를 바라봅니다. 그녀의 더러워진 신발을 벗겨 깨끗하게 닦습니다. 그의 어머니가 신발을 신고 자면 발이 붓는다는 말씀이 떠 올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러워진 신발을 닦습니다. 신발을 닦아 준 이유는 그녀 같은 미인에겐 깨끗한 구두가 어울리기 때문이라고 읊조립니다. 

오전 6시 

스물다섯 살이 된 하지무는 운동장을 질주한 뒤 이제 자신을 찾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며 무선 호출기를 두고 떠나려 하지만 그때 무선 호출기가 울립니다. 금발머리 여인 702호실의 친구로부터 생일 축하 메시지입니다. 하지무는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만약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하겠다"라며 그녀와의 기억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시 바가 나오고 금발의 여인이 되고 싶어 금발 가발을 쓴 바텐더와 마약 밀매상의 보스가 스킨십 중입니다. 밖에서는 어린 고양이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이상하게 생각한 보스가 뒷문으로 나가보니 어린 고양이들이 정어리 통조림 주위에 모여있습니다. 통조림을 주우려 몸을 숙인 보스 뒤에서 금발 여인이 나타나고 그를 권총으로 쏘아 죽이고 맙니다. 금발 가발을 벗어던지고 떠나는 검은 머리를 한 그녀 그리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유통기한이 5월 1일인 통조림이 클로즈업되면서 1부는 끝납니다.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스낵바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시작되는 2부 

실연의 상처를 잊게 하는 새로운 사랑 이야기입니다. 

1부의 하지무가 자주 가는 스낵바의 점원 페이는 가게에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ofornia dreaming"을 틀어놓고 캘리포니아로 떠날 꿈을 꾸는 발랄한 아가씨입니다. 매일 가게에 들러 시저 샐러드를 사 가는 순찰 경찰인 663에게 첫눈에 반해 호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매일 사가는 시저 샐러드가 지겹지 않냐 피자는 어떠냐고 제안하는 가게 사장의 말에 여자 친구가 시저 샐러드를 좋아한다는 대답을 듣고 페이는 실망을 하게 됩니다. 매일 사 가던 시저 샐러드에 피자 등 다른 메뉴를 추가해 사 가던 경찰 663은 여느 날과 같이 스낵바에 들리게 됩니다. 오늘은 어떤 메뉴를 추천해 줄까라고 묻는 사장의 물음에 그냥 커피나 달라고 대답하는 663. 그러면서 여자 친구가 다른 사람도 만나 보겠다고 떠났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이야기를 엿듣고 기분이 좋아진 페이입니다. 

저녁 장사를 하고 있던 스낵바에 스튜어디스 복장을 입은 한 여인이 등장하고 663에게 전해 달라는 말과 함께 봉투를 맡기고 갑니다. 편지 봉투를 몰래 열어보자 봉투 안에는 '취소' 도장이 찍힌 항공권과 함께 "change of flight. Your place cancelled. (항공편 변경, 당신 좌석은 취소되었음)"라고 적힌 이별의 편지 그리고 663의 집 열쇠가 들어 있습니다. 

시장에서 우연히 663을 만난 페이는 편지를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이야기하여 그의 주소를 알게 됩니다. 그 이후부터 종종 몰래 그의 집에 들어가 청소를 하며 집에 남아 있는 옛 여인의 흔적을 하나씩 지워 나갑니다. 자신의 집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그녀가 떠난 후 이방의 모든 것들이 슬퍼한다며 그녀와의 이별을 애써 외면하는 663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663은 옛 애인이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에 일을 하다 말고 집에 들렀다가 물 바다가 된 집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 집처럼 편하게 금붕어를 사서 663의 집으로 들어오던 페이와 마주치게 됩니다. 도망가려 하지만 다리에 쥐가 난 페이는 움직이지 못하고 663은 소파에서 그녀의 다리를 마사지해 주게 됩니다. 긴장이 풀려 잠들어버린 페이와 그 옆에서 함께 잠든 663 

며칠 후 순찰 중이던 663은 자기 집 창문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페이를 발견하고 집으로 급하게 뛰어갑니다. 청소를 마치고 집을 나서던 페이는 문 앞에서 663과 마주치고 놀라 집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며 "언제든 놀러 오라고 하지 않았냐"며 큰 소리를 칩니다. 663은 문을 걷어차고 집에 들어가지만 페이는 도망가 버립니다. 663은 페이가 일하는 샌드위치 가게에 찾아가 '8시에 캘리포니아에서 기다리겠다'는 말로 데이트 신청을 합니다. 페이가 자신의 옷장에 걸어 둔 셔츠를 입고 양말을 신고 데이트 장소인 '캘리포니아' 펍으로 향하는 663.

그러나 기다리던 그녀는 오지 않았고 그녀 대신 페이의 사촌 오빠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사장이 와서 편지를 전해주었습니다. 이별의 편지임을 직감한 663은 편지 봉투를 뜯어보지도 않은 채 휴지통에 버립니다. 그러나 다시 마음이 바뀌어 돌아와 비에 젖은 편지를 말려서 읽습니다. 편지는 페이가 항공권을 따라 그렸는데 출발 일자는 1년 후, 목적지는 잉크가 번져 알아볼 수가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페이의 독백 

페이는 7시 15분에 캘리포니아 펍으로 갔었지만 비 내리는 창문 밖을 보니 문득 진짜 캘리포니아 날씨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자신에게 1년의 시간을 주고 진짜 캘리포니아로 떠났던 것입니다. 1년의 시간이 지난 후 스튜어디스가 되어 홍콩으로 돌아온 페이는 캘리포니아 펍에서 술을 마시다가 자신이 일했던 사촌 오빠의 가게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로 찾아갑니다. 셔터가 내려진 가게의 셔터를 올리자 "California Dreaming"을 들으며 내부 공사 중인 663이 있습니다. 경찰을 그만두고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를 인수했던 것입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틈틈이 편지를 써 줄 수 있냐고 묻는 663에게 페이는 편지를 읽지도 않으면서 보내라 한다고 투덜거립니다. 그는 비에 젖어 번져버린 1년 전의 그녀 편지를 보여주며 이 항공권으로도 비행기를 탈 수 있냐고 물어봅니다. 그녀는 다시 발행해 주겠다며 어디로 가고 싶은지 묻고 그는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라고 이야기하고 가게 한 구석의 오디오가 비치고 음악이 나오며 영화는 끝나게 됩니다.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포스터<출처: 나무위키>

 

수상경력 

1995년 홍콩 금장상 4개 부문(작품, 감독, 남우주연상, 편집상), 1994년 대만 금마장 영화제 남우주연상, 1994년 스톡홀름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영화 배경: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 

제목인 중경삼림(重慶森林)은 직역하면 '중경의 울창한 숲' 정도로 번역이 가능하지만 제목의 중경은 주요 배경이 되는 홍콩의 유명 건물 청키 맨션에서 따 온 것입니다. 청키 맨션은 홍콩 구룡반도, 침사추이 남부의 중심가에 있는 오래된 상업 건물로 예전에는 마약 유통이나 절도, 강도 같은 범죄들이 빈번하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홍콩의 대표적인 슬럼으로 홍콩의 명물이라는 평가와 홍콩의 흉물이라는 평가가 엇갈리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습니다. 

삼림은 청키 맨션과 그 주변의 빌딩 숲을 의미합니다. 감독에 의하면 청키 맨션은 아주 여러 문화가 섞여 있는 곳이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얽혀 있는 세계라서 도시의 메타포로서 적적하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영어 제목은 Chungking Express로 영화의 주요 배경이 되는 구룡반도의 건물 청키 맨션과 홍콩섬의 스낵바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배우들의 케미 

금발 가발의 여인 임청하 

금발의 가발과 레인코트, 선글라스를 늘 언제나 착용하고 다닙니다. 왜 항상 레인코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냐는 질문에 "언제 비가 올지, 언제 해가 날 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대답합니다. 미스터리 한 겉모습처럼 영화 중 이름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엔딩 크레딧에도 따로 배역 이름이 나오지 않으나 크라이테리온 컬렉션 홈페이지에는 'Woman in blond wig'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경찰 224 하지무, 금성무 

24살에서 25살이 된 경찰입니다. 자신에게 이별을 고한 옛 애인의 마음을 돌려보고자 고군분투하다 결국 그녀의 마음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영화 속 그의 명대사가 많이 있습니다. 

"기억이 통조림에 들어 있다면 유통기한이 없기를 바란다. 만일 유통기한을 정해야 한다면 만년으로 해야지" 

"실연을 당했을 때 조깅하는 버릇이 있는데 땀을 흠뻑 흘려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서다."

등이 있습니다. 

 

경찰 663, 양조위 

그의 첫 등장 신은 이미 레전드가 되었습니다. 경찰 번호 663이지만 633으로 착각하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도 임청하와 마찬가지로 영화 내내 극 중 이름 대신 번호로 불립니다. 

경찰 663 역시 이야기 초반엔 옛 애인에 대한 순애보를 보여줍니다. 옛 애인이 어쩌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붙잡고 있었던 663

옛 애인이 놓고 간 편지도 읽지 않고 당분간은 더 보관해 달라고 부탁하는 모습에서 이별을 인정하기 싫은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단골 스낵바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의 점원이면서 663을 짝사랑하는 페이에게 스며들 듯 빠져들게 됩니다. 

실연의 아픔 때문인지 모든 사물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시켜 대화를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실연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페이 때문임을 깨닫고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페이는 편지 한 장만 남긴 채 캘리포니아로 떠나 버립니다. 두 번째 실연의 아픔을 겪게 되지만 1년 후 결국 페이와 663은 재회하게 됩니다. 

 

페이, 왕페이 

663의 단골 스낵바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에서 사촌 오빠를 도와 잠시 일하는 점원입니다. 단골손님인 경찰 663에게 단 5초 만에 반합니다. 그가 가게에 오면 항상 주위를 맴돌거나 힐끗힐끗 훔쳐봅니다. 663의 전 애인이 맡긴 편지 속의 집 열쇠로 663의 집에 몰래 들락거리며 전 애인의 흔적들을 조금씩 정리하며 그가 실연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늘 캘리포니아를 동경하던 그녀는 663이 데이트 신청을 한 그날 1년 후를 기약하며 캘리포니아로 떠나고 1년 후 스튜어디스가 되어 돌아와 663과 재회하게 됩니다. 

 

귀가 즐거운 OST 음악 이야기 

감성을 더 한 중경삼림 음악 

「追遂一班形而上列車(추수 일반형 이상 열거) - Frankie Chan」

괴한들에게 쫓기는 금발 가발의 여인 임청하 신의 음악입니다. 자신을 배신한 마약 운반책을 직접 처리 후 그곳을 빠져나와 괴한들에게 쫓기는 모습을 특유의 스텝 프린팅과 핸드헬드 기법으로 담아낸 왕가위 감독의 연출 모습과 어우러져 긴장감을 폭발시키기도 합니다. 날카롭고 강한 음의 반복으로 긴박감을 더하는 음악은 추격 장면이 주는 서스펜스와 불안감을 완벽하게 끌어올립니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임청하의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 보는 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하나의 인상 깊은 장면이기도 합니다. 

OST 중 마마스 앤 파파스의 "California Dreaming"은 유례없는 히트를 하며 이미 은퇴한 마마스 앤 파파스가 1996년 내한 공연을 가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들의 로맨스 시작을 알리는 경쾌한 리듬의 음악으로 경찰 663의 첫 등장 장면과 어우러져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깔끔한 경찰복 차림의 그가 경찰 모자를 벗으며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면에 경쾌한 리듬이 더해 오래도록 회자되는 레전드 등장신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앞으로 펼쳐질 두 사람 이야기의 기대감 또한 이 음악으로 더 고조되기도 합니다. 

California Dreaming과 함께하는 대표곡인 몽중인은 왕페이가 직접 불렀다고 합니다. 

맑고 깨끗한 왕페이의 음성이 주는 청량감과 꿈속을 거닐고 있는 듯한 몽환적인 이듬으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기에 애틋한 사랑의 마음을 담은 가사는 경찰 663을 향한 감출 수 없는 왕페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합니다. 영화의 결말 부분에 등장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흘러나오는 몽중인은 압권 중의 압권입니다. 또 다른 시작을 앞둔 두 사람의 설렘과 영화 마지막의 여운이 이 음악과 어우러져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이 곡은 크랜베리스의 Dreams를 번역한 곡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중경삼림 OST로 더 유명합니다. 

 

중경삼림 리마스터링 포스터<출처:나무위키>

 

여담: 비하인드 스토리 

중경삼림은 원래 3개의 이야기로 기획되었습니다. 지금의 1,2부 외에도 여명이 등장하는 3부가 있었고 촬영까지 진행되었습니다. 1부와 2부를 편집하고 보니 장편영화로 충분하여 1,2부만을 중경삼림으로 완성했습니다. 3부를 따로 분리한 뒤 추가 촬영을 더 해 별개의 영화로 만든 것이 후속작인 타락천사입니다. 감독과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중경삼림은 우연히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여러 영화 촬영과 상황들로 지쳐있던 왕가위 감독은 오래 생각해왔던 간단하고 빠른 현대 영화를 촬영하고자 했고 미완성된 시나리오를 써나가면서 순차적으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리허설도 없는 즉흥적인 촬영이 많이 이루어졌고, 길을 가다 좋은 장소가 나타나면 그 자리에서 스텝과 배우들을 불러 촬영을 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촬영도 23일 정도로 빠르게 끝난 편입니다. 중경삼림의 주인공 중 한 명으로 장국영이 물망에 올랐으나 스케줄 등의 이유로 캐스팅이 불발되었습니다. 우연히 만난 금성무의 이미지와 순수함이 마음에 들었던 왕가위 감독은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신인이었던 금성무를 캐스팅했다고 합니다. 영화의 1부에서 2부의 주인공이 잠깐 등장하는 씬이 있습니다. 663의 전 애인 스튜어디스는 금발 가발의 여인이 공항에서 인도인들과 있을 때 등장하고 페이는 금발의 여인이 인형가게 앞에 서 있을 때 커다란 인형을 사서 나오며 경찰 663은 하지무가 에스컬레이터를 뛰어 올라오기 전에 잠깐 모습을 보입니다. 숨어있는 배우들을 찾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한국판 DVD에 수록된 평론가 정성일의 코멘터리에 의하면 1,2부의 주인공 4명이 서로 공항에서 만나는 엔딩씬이 있었다고 합니다. 

 

영화 속 장소를 보는 재미 또한 커서 홍콩을 여행하는 기분을 들게 합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간이식당인 '미드나잇 익스프레스'는 홍콩 섬 센트럴의 란콰이퐁 지역에서 영업하던 실제 식당이었습니다. 영화의 흥행 이후 임대료가 올라서 폐업했다고 전해지며 현재는 해당 위치에 세븐일레븐이 들어와 있다고 합니다. 영화 속 양조위의 집 장면은 촬영감독의 집이었다고 합니다. 홍콩 섬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아래 타이청 베이커리 근교에 위치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철거되었다고 합니다. 

 

홍콩섬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이 에스컬레이터가 유명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가장 긴 야외 덮개가 있는 에스컬레이터이고 다른 하나는 중경삼림에서 반복되는 장면을 촬영한 촬영지로 유명합니다. 1993년에 건설된 이 에스컬레이터는 촬영 당시 막 오픈한 상태였고 미디어에 노출된 적이 없기 때문에 왕가위 감독의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그의 영화에서 도시의 고립된 느낌을 불러일으키지만 초록빛이 도는 이 에스컬레이터는 고단한 일상을 헤쳐나가는 캐릭터들의 삶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현재는 이 에스컬레이터는 홍콩에서 가장 바쁘고 유명한 랜드마크가 되었습니다. 매일 거의 80,000명의 사람들이 미드레벨과 센트럴 시내를 오가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되는 에스컬레이터입니다. 

 

그레이엄 스트릿 마켓 에스컬레이터 바로 옆에는 중경삼림에 자주 등장하는 그레이엄 스트릿 마켓이 있습니다. 페이가 낮에는 채소를 사 오고 경찰 663과 마주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부유하고 해외 거주자들로 가득 찬 업타운 센트럴 위 도로 사이에 있는 이 시장은 동서양의 충돌, 번영과 전통, 옛 것과 새것 등 홍콩 160년 이상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분주한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현재 이 지역은 도시 재생 프로젝트로 인해 규모가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아직 남아 있는 노점과 판매상이 있어 여전히 중경삼림의 생생한 장면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펍 캘리포니아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길 건너편에 위치한 펍 캘리포니아. 경찰 663과 페이의 데이트를 주선하는 장소로 나왔습니다. 롼콰이퐁의 아버지라 불리는 앨런 제만에 의해 문을 연 이곳은 여전히 홍콩 밤문화의 상징적인 기념물로 남아있습니다. 

 

느낀 점

 3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보아도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화입니다. 종종 영화를 관람한 사람들은 이 영화의 유통기한이 만년이라는 말들을 합니다. 그만큼 여운이 오래 남아 영화의 장면과 음악들이 끊임없이 재생되기 때문입니다. 이별의 고통과 새로운 인연을 찾아가는 주인공들을 보며 그 시절의 홍콩 낭만을 체험한 듯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 볼수록 몇 번 가보지 못한 홍콩이 아련한 향수병처럼 느껴집니다. 스치면 인연이고 스며들면 사랑이라는 말이 와닿는 영화라는 평도 있습니다. 명작에는 유통기한이 없듯이 오래도록 영화의 미장센과 분위기에 스며들어 있는 사랑 같은 작품입니다. 

 

홍콩을 배경으로 이별과 만남을 퇴폐적이고도 세련된 영상과 음악으로 연출하였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대중적이고 난해할 것 없이 감성적인 영화로 꼽히기도 합니다.  시각적으로는 왕가위 감독 특유의 미장센이 빛을 발하기도 합니다. 왕가위 감독이 오랜만에 홍콩에서 가볍고 즉흥적인 촬영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인데, 이 덕분에 보는 사람들도 신선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왕가위 감독을 세계적으로 알린 작품이기도 합니다. 한국에는 1995년 9월에 개봉했는데 이 작품 이후로 한국에서는 왕가위 열풍이 불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 개봉한 영화는 한국 영화 흥행작으로 '닥터봉', '돈을 갖고 튀어라' 등 코미디 장르였고 이런 가벼운 상업영화 외에는 한국 영화의 질적 수전이 별로 좋지 않은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이런 시기에 영상미와 감성을 세련되게 연출한 왕가위 영화의 등장은 당시 세대에게 컬처쇼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수많은 영화 팬들이 인생 영화로 꼽는 명작 중의 명직이기도 합니다. 

 

보면 볼수록 새로움이 느껴지는 영화 중경삼림 중경삼림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곧 연애를 시작하게 될 사람들 또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헤어진 사람들이 위로받듯이 보아야 할 영화입니다. 중경삼림은 앞으로도 20세기 마지막 연애 방식에 대해서 말하는 영화로 기억될 것입니다. 

 

<참고 글: 나무위키, 씨네2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