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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남아 거친 남자의 사랑 이야기

by 라라초이 2022. 8. 27.

홍콩 드라마

1988년 개봉작 (홍콩)

1989년 개봉(한국)

 

왕가위 감독 

유덕화, 장만옥, 장학우 주연

  

원제는 왕각가문이며 열혈남아는 대만에서 개봉했을 당시 지어진 제목입니다. 대만 상영 버전이 우리나라에 개봉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금 안고 싶다' 영어로 'As Tear Go By'라는 제목으로 개봉했습니다.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이기도 한 열혈남아는 1988년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 초청되기도 하였습니다. 데뷔 때부터 칸의 주목을 받았던 왕가위 감독입니다. 

 

열혈남아 포스터 <출처: 나무 위키>

 

시놉시스 

아화는 의형제와 함께 빚을 받으러 다니는 뒷골목의 건달입니다. 어느 날 대만에 사는 숙모 친구의 딸 아오가 폐가 좋지 않아 병원에서 진찰을 받기 위해 아화의 집에 잠시 머물게 됩니다. 아화에게는 6년 사귄 여자 친구 메이블이 있었지만 아화와 연락이 되지 않아 말없이 아기를 지우고 헤어지게 됩니다. 아화와 아오의 어색한 동거가 이어지던 가운데 아화와 아오는 서로 끌리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아오와 아화가 영화를 보기로 한 밤 우잉이 다쳐서 아화의 집으로 찾아오고, 그 모습을 본 아오는 자신이 있는 자신이 있는 섬으로 놀러 오라는 편지를 남기고 아화를 떠납니다. 

우잉이 토니에게 빚을 갚지 않아서 부하들이 아화를 찾아오자 아화는 토니의 두목에게 칼을 들이 밀고는 돈을 빌려서 갚습니다. 큰 형님 관 아저씨 때문에 아화와 토니는 어쩔 수 없이 화해를 하고, 큰 형님은 어디로 튈 줄 모르는 우잉 관리를 잘하라고 타이릅니다. 아화는 우잉에게 노천에서 어묵 장사를 시킵니다. 

우연히 임신한 전 여자 친구를 만났지만 메이블은 이미 결혼했다며 아화의 아이가 아니라고 합니다. 우울해진 아화는 아오를 찾아 란터우섬으로 가게 됩니다.

 

"네가 보고 싶어서 왔어"

하지만 아오의 옆에 의사인 남자 친구가 있는 것을 보고 쿨하게 사라집니다. 하지만 미련이 남았던 아오는 아화를 찾아 부두로 오고 둘은 전화박스에서 키스를 나누게 됩니다. 

한편 어묵을 팔던 우잉은 토니 때문에 단속반에 잡히자 복수심에 토니의 차를 박살내고 토니의 부하들에게 잡히게 됩니다. 식당을 그만두고 구룡반도로 갈 거라고 말하는 아오. 아화는 함께 가자고 이야기합니다. 

또 사고를 친 우잉의 소식을 듣고 구룡반도로 급하게 돌아온 아화.

큰 형님은 토니에게 사과하라고 이야기하지만 토니는 사과를 못 하겠다며 버티자 아화는 권총을 토니 목에 대고 우잉을 구합니다. 토니와 부하들은 둘을 찾아오고 아화가 움직이면 우잉의 머리가 날아가도록 총을 아화의 바지에 꽂아 놓고 아화를 때립니다. 아화는 계속 맞고 있다 다리에 총을 맞고 우잉은 미안하다며 사라집니다. 

다친 몸으로 다시 아오를 찾아온 아화 

우잉은 큰 형님을 찾아간 뒤 동생 아손을 찾아가서 큰돈을 줍니다. 아손은 아화에게 연락해 우잉이 큰돈을 줬으며 이틀 뒤에 신문을 보면 자기가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을 했다고 전합니다. 직감적으로 우잉이 일을 꾸민다는 것을 알게 된 아화는 다시 구룡반도로 갑니다. 그를 보내며 우는 아오. 아화에게 빨리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남깁니다. 

게임하는 토니를 찾아온 우잉 

우잉이 총을 들자 겁먹은 토니에게 우잉은 그동안 무시당한 복수를 제대로 합니다. 

우잉은 선물을 가지고 엄마를 찾아가지만 엄마를 보지 못하고 아화와 마주칩니다. 아화는 우잉에게 13살에 사람을 죽인 뒤 돈을 받고 남들보다 잘 나갔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우잉이 마음잡고 살도록 설득합니다. 

'하루를 살더라도 개처럼 살기 보단 영웅으로 살고 싶어'

우잉은 더는 무시당하는 삶을 살고 싶지 않고 단 1분이라도 영웅이 되고 싶다며 몰래 사라집니다. 

우잉은 큰 형님과 약속한 목표에게 총을 쏘고 총알을 다 쓰자 경찰이 쏜 총에 맞고 쓰러집니다. 그 모습을 본 아화는 우잉이 죽이지 못한 목표에게 총을 쏘고 처리한 후 총을 맞고 쓰러집니다. 

 

출처: 씨네 21

영화 배경: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 

홍콩을 대표하는 감독인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으로 어두운 뒷골목 인생들의 허무와 패배의식을 통해 홍콩의 불확실한 미래를 이야기 한 작품입니다. 당대 최고의 청춘스타였던 유덕화와 장학우, 장만옥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 홍콩 금상장영화제 9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면서 데뷔작부터 주목을 받았던 왕가위 감독입니다. 

 

열혈남아는 기존의 홍콩 누아르와 주제, 구성, 분위기를 적절히 살리고 왕가위 감독 특유의 감각적인 색감과 화면 구성, 핸드 헬드 촬영, 슬로 모션, 스탭 프린팅 기법을 가미하여 독특한 느낌을 살린 데뷔작입니다.

그리고 당시 홍콩 반환에 앞서 청춘들의 방황을 순차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홍콩판과 대만판은 결말이 다릅니다. 홍콩판은 왕가위 감독이 의도한 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잉이 경찰 증인이 된 조직원을 죽이려고 총을 난사하다가 경찰들의 총에 맞아 쓰러 지면서 그대로 영화가 끝이 납니다. 아화의 생사에 대해 설명은 없지만 비장한 분위기로 보면 아화와 우잉은 둘 다 사망했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만판

대만판의 엔딩은 홍콩판과 다릅니다. 아화가 총을 맞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장면까지는 홍콩판과 동일합니다. 이후 아화가 살아남아 구치소에서 죗값을 치르게 되며, 아오가 구치소로 면회를 다녀오며 슬퍼하는 씬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이때 아오가 아화에게 오렌지를 까서 주는데 아화가 제대로 받아먹지 못하고 흘리고 아화는 슬퍼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것은 아화가 총격의 후유증으로 장애를 갖게 되었음을 암시하는 부분입니다. 또한 이 장면에서 등장인물의 대사 대신 대만 가수 왕걸이 부른 노래가 삽입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은 홍콩 판 엔딩을 더 선호하였다고 합니다. 

결말의 비장함과 영화 자체의 완결성에 중점 둔다면 대만판 엔딩보다는 깔끔한 비극으로 끝맺는 홍콩 판 엔딩이 압도적입니다. 이 때문에 홍콩 판 엔딩이 대만판 엔딩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평론가들도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만판의 엔딩 버전이 수입되어 상영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만판 엔딩이나 OST를 선호하는 한국 팬들이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은 홍콩 판 엔딩을 더 선호했기에 DVD나 넷플릭스에는 홍콩 판만 있다고 합니다. 

결말의 비장함과 영화 자체의 완결성에 중점을 두자면 2000년대 초반 한국 발라드 뮤직비디오가 연상되는 대만판 엔딩보다는 깔끔한 비극으로 끝맺는 홍콩판 엔딩이 압도적이라는 평가도 많습니다. 

 

개봉 당시 한국 포스터 <출처: 나무 위키>

 

귀가 즐거운 OST 음악 이야기 

홍콩판에는 영화 중간에 홍콩 가수 임억련이 부른 광둥어 곡 <격정>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곡은 영화 탑건에 사용되었던 Berlin의 <Take My Breath Away>를 번역한 곡입니다. 왕가위 감독은 이 노래가 열혈남아의 정서에 어울리는 곡이라고 생각해서 이 곡을 삽입했다고 합니다. 엔딩곡으로는 유덕화가 부른 광둥어 곡 <치심착부 (痴心錯付)>가 실려 있습니다. 

 

대만판에서는 다릅니다. 표준 중국어로 더빙된 대만판에는 왕걸과 엽환이 부른 <이시아흉구영원적통(你是我胸口永遠的痛)>이 영화의 주제곡으로 쓰였습니다. 엔딩곡으로는 대만 가수 왕걸이 부른 노래 <망료니, 망료아(忘了你, 忘了我)>가 실렸습니다. 대만판은 당시 대만에서 슈퍼스타로 떠오른 왕걸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1988년 7월에 발매한 왕걸의 2집 앨범에 수록된 곡들로 삽입하였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여담 

의사로 잠시 출연하는 사람은 왕가위 감독과 함께 한 미술 감독 장숙평입니다. 생생한 감정과 친밀한 느낌의 리얼리즘을 위한 촬영기법인 핸드헬드 기법이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스텝 프린팅 저속 촬영 후 필름의 특정 부분을 복사해 붙이는 방법으로 비현실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기법입니다. 

열혈남아는 왕가위 감독의 첫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감각적인 색감과 화면 구성, 슬로모션, 스탭 프린팅 촬영, 핸드 헬드 기법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왕가위 감독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습니다. 당시 유행하던 홍콩의 누아르 장물이지만 영웅본색 같은  화려한 액션씬보다는 동네 건달 이미지의 바닥 인생을 그리고 있는 것 또한 다른 감독들과는 확연히 다른 왕가위 감독의 색깔을 나타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첫 데뷔작부터 호평을 받으며 흥행 측면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거둔 왕가위 감독은 제작자이자 후원자인 등광영의 전폭적인 지원과 위임을  받아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유덕화, 장학우, 양조위 등 당시 홍콩 영화계의 스타들을 모조리 캐스팅하여 차기작 아비정전을 만들게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형적인 홍콩 누아르에 익숙한 대중이나 후원자의 기대와는 너무나 다른 것이었고 결국 망하고 맙니다. 하지만 아비정전은 영웅본색처럼 홍콩 내에서 지금까지도 평론가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영화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좌) 화제의 전화부스 키스씬 (우) 아화와 우잉 <출처: 씨네 21>

 

느낀 점 

새롭게 찾아온 사랑과 동생을 보살펴야 한다는 책임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화는 다양한 선택지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현재의 우리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인생은 언제나 선택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전형적인 홍콩 스타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언제나 매혹적이고 당시 시대를 반영하면서도 신기하게도 현시대의 혼란스러운 청춘 모습도 보이는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빛을 발휘하는 명작 중의 명작일 것입니다.  

 

<참고 글: 나무 위키.씨네21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