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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정전 영원히 기억 될 1분

by 라라초이 2022. 8. 25.

아비정전

Day of Being Wild 

홍콩 로맨스 드라마 영화

1990년 개봉작 

 

왕가위 감독 

장국영, 장만옥, 유덕화, 유가령, 장학우 주연 

 

11월 17일 당신 덕분에 나는 항상 이 순간을 기억할 거야 

 

아비는 주이공 장국영이 맡은 극 중 인물의 이름이고 정전은 바르게 전하여 오는 전기라는 뜻입니다. 즉 아비정전의 아비의 일대기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아비정전은 어머니에게 버림 받은탓에 사랑을 믿지 않는 남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쓸쓸한 관계에 대하여 묘사했습니다. 늘 사랑에 목마른 아비, 그런 아비를 잊지 못하는 수리진 그리고 수리진의 말 상대가 되어주면서 그녀와 가까워진 경찰관 여기에 역시나 아비를 그리워하는 댄서 루루 

방황하는 청춘 남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이지만 인간의 삶과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를 아비라는 캐릭터에 투영한 작품입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 될 공허함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좌) 개봉당시 포스터 (우) 포스터 <출처: 나무위키>

시놉시스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그는 1분을 가리키면서 영원히 날 기억할 거라고 했어요."

주인공 아비는 늘 여자를 원하지만 깊은 사랑은 경계하는 바람둥이입니다. 도박장의 매표소에서 일하는 수리진에게 매일 오후 3시에 찾아갑니다. 그녀에게 이 순간을 영원처럼 기억하게 될 거라는 말을 남기며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결국 수리진은 아비를 사랑하게 되고 둘은 동거 생활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이 순간도 잠시입니다. 수리진은 아비와 결혼하기를 원하지만 구속당하는 것을 싫어하는 아비는 그녀와의 결혼을 원하지 않습니다. 수리진은 결혼을 거절하는 냉정한 그를 떠나게 됩니다. 아비는 수리진이 나간 후 댄서인 루루와 또 다른 만남을 이어갑니다. 루루는 소극적인 수리진과는 달라서 아비가 자신에게 싫증을 느꼈다는 것을 눈치채고 헤어지지 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루에게 매몰차게 이별 선언을 하는 아비에게는 사랑을 오래 이어가지 사연이 있었습니다. 어려서 친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아 지금의 양어머니에게 입양된 것입니다. 게다가 양어머니 역시 여러 남자를 전전하는 까닭에 아비의 분노를 부르게 됩니다. 루루와 헤어지고 양어머니에게 친 어머니의 정보를 받기 위해 말다툼을 합니다. 

사실 그의 친어머니는 갓난 아기였던 아비를 지금의 양어머니에게 성인이 될 때까지 매달 많은 돈을 주는 조건으로 입양을 시켰습니다. 가난했던 양어머니는 아비를 데려와 키웠지만 성장한 아비가 오랫동안 친어머니에 대해 가르쳐 달라고 해도 오랫동안 가르쳐 주지 않는 바람에 사이가 나빠졌습니다. 가르쳐 주지 않은 이유는 아비를 보내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처음엔 돈 때문에 그를 키웠지만 어느새 정이 들어 버린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주소와 연락처를 주고 맙니다. 

"실컷 미워해라 그럼 네가 날 잊지는 못할 테니"라는 말을 남기고 양 어머닌 미국으로 떠납니다. 친 어머니의 정보를 받은 아비는 그녀를 찾기 위해 필리핀으로 향합니다. 

한편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수리진은 아비에게 자신의 짐을 받으러 갔다가 그곳을 지나치던 순찰 경찰을 만납니다. 초췌한 수리진을 위로하던 경찰은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녀에게 호감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이 둘의 만남 역시 아쉬움만 남긴 채 진전 없이 끝나고 맙니다. 수리진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경찰 일을 그만둔 남자는 원래의 꿈이었던 선원이 되어 필리핀에 가게 됩니다. 

루루는 아비에게 버림받은 뒤 한동안 방황을 합니다. 전부터 그녀를 짝사랑해 오던 아비의 친구는 그녀를 쫓아다니지만 그녀는 아비만 찾습니다. 결국 아비의 친구는 아비가 맡기고 간 차까지 팔아 루루가 필리핀으로 갈 여비를 마련해 줍니다. 친구는 '아비가 이 차를 운전할 때는 멋있어 보였지만 자신이 몰자 아무것도 아닌 차가 되었다'며 씁쓸해합니다. 그리고 이 친구는 아비에게 차를 판 사실을 비밀로 해 달라고 하며 뒤 만약 아비랑 만나지 못하거든 자기에게 와 달라고 고백합니다. 

한편 아비는 필리핀에서 친어머니가 사는 저택을 찾아내어 방문하지만 그녀가 집에 없다는 가정부의 말을 듣고 그냥 돌아갑니다. 하지만 친 어머니는 집에 있었습니다. 친 아들을 만날 용기가 없었습니다. 정원을 가로질러 돌아가던 아비도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음을 느끼지만 뒤 돌아보지 않고 떠납니다. 이때 정원을 가로질러 단호하게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은 이 영화에서도 손꼽히는 명장면입니다. 

선원이 된 남자는 길을 가던 중 우연히 술에 취해 길바닥에 쓰러져있는 아비를 발견하고 그를 자신의 숙소로 데려갑니다. 이야기를 나누던 중 아비는 남자에게 우리 어디서 본 적 없냐고 묻습니다. 경찰관이었던 남자는 아비가 살던 아파트를 매일 순찰했었고 아비의 아파트 앞에서 매번 아비를 기다리던 수리진이 걱정되어 말동무가 되어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잠깐 스쳐 지나간 사이였습니다. 정신을 차린 아비는 남자에게 필리핀을 떠나자고 제안합니다. 그런 뒤 어느 레스토랑으로 가 위장 여권을 거래하던 중 상대방을 칼로 찌르면서 도망치는 신세가 됩니다. 

아비와 남자는 역에서 결투를 펼치며 탈출한 후 필리핀의 열차에 탑승합니다. 이 둘은 이 영화의 명대사인 발없는 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습니다. 

"세상에는 발이 없는 새가 존재하는데 그 새는 평생을 날아다닌다고 한다. 평생을 쉬지 못하고 목적지도 없이 날아다니는데 그 새가 쉴 수 있는 건 딱 한 번뿐이다. 그새가 땅에 내려앉아 쉴 수 있는 건 바로 죽을 때뿐이다."

남자가 다음 역까지 얼마나 걸리는지를 승무원에게 물어보기 위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난 사이 아비는 칼에 찔린 여권 위조업자의 동료로 추정되는 인물에게 총을 맞게 됩니다. 아비는 돌아온 남자와 회한에 찬 듯한 마지막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이때 남자가 수리진에게 이야기했던 영원히 기억될 1분에 대해 말을 꺼내고, 아비는 그 1분을 기억하고 있지만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되면 잊었다고 이야기해 달라는 말을 남긴 채 숨을 거두게 됩니다. 결국 죽음만이 외로움과 고독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이자 탈출구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제의 엔딩 씬 

양조위가 머리를 단장하고 옷을 차려입고 외출 준비를 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출처: 나무위키

영화 배경: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영화 이야기

1997년 홍콩은 반환을 앞두고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홍콩에 주둔하던 영국군은 철수했고,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에 주둔하게 됩니다. 1997년 7월 1일 홍콩에는 오성홍기가 걸립니다. 

이때의 홍콩 주민들의 심정을 아비정전에서 표한하고 있는 듯합니다. 아비처럼 한 여자에게서 오랫동안 머물지 못하는 불안감, 낳아준 어머니와 길러준 어머니가 다른 것에서 오는 정체성의 문제 또는 수리진처럼 떠난 연인을 그리워하며 갖는 향수의 감정입니다. 그래서 왕가위 감독은 발이 없어 지상에 닿지 못하고 계속해서 어디론가 날아가야 하는 발 없는 새의 사연을 극 중 아비의 입을 통해 수시로 표현하는 등 당시 홍콩 주민이 처한 상황과 심리를 은유하고 있습니다. 

 

배우들의 케미 

개봉 당시에는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 때문에 흥행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유덕화, 장학우, 양조위 등 당시 홍콩 젊은 스타들이 총출동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 배우들은 하나같이 정적이고 우울함을 담당한 것도 포인트입니다. 특히 장국영은 배역과 혼연일체 된 섬세한 연기와 포텐 터진 훌륭한 비주얼을 보여주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흰 러닝셔츠 차림으로 혼자서 방 안에서 맘보춤을 추던 장면과 두 주먹을 쥐고 필리핀 숲길을 걸어가던 뒷모습의 장면이 유명합니다. 

 

눈이 즐거운 비주얼 

영화 아비정전을 통해 왕가위 감독의 새로운 표현 기법이 등장합니다.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스텝 프린팅 기법 대신 좁은 방과 같은 구도를 통해 고립된 이물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극 중 인물들이 고립된 건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인물의 등을 바라보는 이미지와 방을 들어와 나가는 장면이 반복적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등은 떠나간 사랑을 뒤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남겨진 자의 심리를 나타내고 있는 듯합니다. 들어왔다 나가는 행위의 경우 한 명에 정착하지 못해 계속해서 사람을 바꾸며 연애하는 아비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없기 때문에 "1분"처럼 찰나의 순간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또한 아비정전에는 시계를 비추는 장면이 많습니다. 짧은 시간을 오랫동안 기억에 담아두고 있어야 하는 극 중 인물들의 처지를 반영한 것입니다. 결국 이들은 현재의 고통을 순화하기 위해 과거의 특정한 순간을 간직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입니다. 아비는 바로 이런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짧은 연애를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홍콩의 좁은 방에서 생활하던 아비는 친어머니를 찾겠다며 필리핀으로 가서야 울창한 열대 숲과 같은 넓은 공간에서 자유를 느낍니다. 

 

문제의 엔딩 논란

"갑자기 영화가 중간에 그냥 끝나버렸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 

 

개봉 당시 흥행 실패에 따라 아비정전은 많은 뒷말을 남겼습니다. 그중 가장 큰 논란은 결말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괴한에게 습격 당해 죽은 아비를 뒤로 한채 카메라는 필리핀까지 아비를 찾아온 루루와 홍콩에서 일상의 삶을 살아가는 수리진을 한 장면씩 묘사합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이해가 가는 장면들입니다. 대망의 마지막 씬에서는 그 이전까지 영화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양조위가 갑자기 나오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는 양조위가 좁은 골방에서 외출을 준비하는 장면을 약 2분 넘게 보여주다가 양조위가 외출 준비를 끝내고 방의 불을 끈 후 나가는 장면에서 끝나버립니다. 

당시 관객들은 누가 봐도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으로 보이는 이 뜬금없는 결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왕가위 감독은 아비정전 2부를 기획하고 엔딩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2부에서는 아비에게 버림받은 수리진과 루루 그리고 양조위가 맡은 역할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한 후 제작사의 파산과 왕가위를 향한 비난으로 2부의 제작은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왕가위 감독은 "아비정전 2부는 없다"라고 못을 박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왕가위의 시작이 나올 때면 아비정전 2부라는 식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이 아비정전의 변주이기 때문입니다. 주제나 중심이 되는 정서 등이 비슷하고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성격도 아비정전의 연장선인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장만옥이 연기한 수리진은 화양연화와 2046, 마이 블루베리 나이츠에서 루루는 2046에서 계속 등장합니다. 또 다른 해석은 주요 등장인물인 수리진과 루루가 나오는 것을 이유로 아비정전, 화양연화, 2046을 하나의 시리즈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실제 아비정전의 시대적 배경은 1960~1961년, 화양연화는 62~66년, 2046은 66~79년의 시대적 배경을 담고 있습니다. 

 

명대사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가슴에 오래 남는 명대사가 많은 편인데 특히 아비정전의 명대사는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발 없는 새가 있지. 날아가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 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앉을 때가 있는데 그건 죽을 때지."

"너와 나는 1분을 같이 했어. 난 이 소중한 1분을  잊지 않을 거야. 지울 수도 없어.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으니까"

"1분이 쉽게 지날 줄 알았는데 영원할 수도 있더군요."

 

귀가 즐거운 OST 음악 이야기 

전체적으로 우울한 분위기의 영화이지만 필리핀의 울창한 열대 밀림을 비추는 오프닝에서는 여유와 자유로움마저 느껴지는 음악이 사용되었는데 브라질 2인조 기타 그룹의 연주곡이 그 곡입니다. 

로스 인디오스 타바 하라스-Always in my heart 

 

하비에르쿠가의 Marina Elena

아비정전의 명 장면인 아비가 맘보춤을 추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입니다. 영화 개봉 뒤 한국에서는 이 음악은 물론 해당 장면을 패러디한 광고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하비 에러 쿠가 -Perfidia

아비가 필리핀 열차에서 극적인 순간을 맞이한 후 삽입된 곡입니다. 화양연화와 2046에도 삽입되었는데 하비에르 쿠가는 왕가위가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이라고 합니다. 

 

아비의 유명한 대사 <출처: 나무위키>

 

여담: 비하인드 스토리

장국영은 동안 배우로도 유명합니다. 영화 촬영 당시 34세였지만 20대 초중반으로 보였습니다. 심지어 같은 주연인 장만옥, 유덕화, 장학우, 유가령보다 연상이었다고 합니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등장하는 아비의 대사도 유명해서 많은 남자들이 따라 했다고 합니다. 

 

아비정전이라는 제목의 모티브는 루쉰의 아Q정전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영어 제목인 Days of Being wild는 니콜라스 레이 감독, 제임스 딘 주연의 1955년 미국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의 홍콩 수입 버전 제목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아비의 명언처럼 남아있는 '발이 없는 새'라는 표현은 장 뤽 고다르의 1964년 작품 '국외자들'에서 아르튀르라는 젊은 강도에 대한 내레이션을 인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왕가위 감독의 오랜 팬인 정성일 평론가가 열혈남아를 너무 감명 깊게 보고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 촬영지를 찾아간 일화가 유명합니다. 처음 봤을 때 건달인 줄 알았다고 합니다. 왕가위 감독이 장국영이 영화 중간에 술집에서  친구들과 잔을 드는 장면을 몇 시간 찍자 한 컷을 왜 이리 오래 찍냐고 장성일 평론가가 물었습니다. 그러자 왕가위 감독은 "몇 시간이요? 3일째 찍는 중입니다. 저는 장국영이 술잔의 무게를 느끼기를 원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 열혈남아가 홍콩에서 흥행과 평가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으면서 왕가위 감독은 제작사에게 차기작 아비정전에 대한 예술적 통제권을 100% 위임받았다고 합니다. 홍콩 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장학우, 유덕화, 양조위 등 6명의 톱스타를 모두 캐스팅할 수 있었고 홍콩과 필리핀을 오가는 로케이션 촬영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완성된 시나리오 없이 최소한의 설정만 가지고 현장 당일 배우들과 함께 즉흥적으로 영화를 만들어 갔다고 합니다. 이는 아비정전을 2부작으로 기획했던 왕가위 감독의 야심이 반영된 결과였습니다. 하지만 홍콩 누아르 장르의 액션물을 만들어 줄 거라는 제작사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었습니다. 액션이라고 할 만한 것은 영화 후반부 여권 암거래를 하다 싸움이 나는 장면뿐이었습니다. 왕가위 감독은 커플로 맺어지지 않은 채  상대방의 등만을 바라보며 사랑에 아파하고 고통받는 인물들의 감정에 포커스를 맞추었습니다. 관객들 또한 액션 영화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못한 영화에 아비정전을 철저히 외면했다고 합니다. 한국 개봉 당시 액션이 등장하지 않아 중앙 국장에서 유리창을 깨는 일도 있었습니다. 제작사는 파산했고 아비정전의 2부는 무산되었고 왕가위 감독은 다음 작품 동사서독의 제작비를 구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왕가위 감독이 한국에서 인기를 얻게 된 것은 중경삼림(1994)부터라고 합니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 영화의 최종적인 완성본은 영화가 첫 상영되기 5시간 전에야 간신히 나왔다고 합니다. 영화가 첫 앙영이 되기 전까지 아무도 이 영화의 완성본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간신히 제시간에 최종본이 도착했고 첫 상영이 끝난 후 관객들은 모두 벙쩌있었고, 아무도 왕가위 감독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매염방이 왕가위에게 "제 노래가 너무 늦게 나오네요"라고 말을 걸었다고 합니다. 이후 오우삼이 "난 이 영화가 걸작이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해줬고 그렇게 첫 상영이 끝났다고 합니다. 

 

느낀 점 

홍콩 반환이라는 불안한 미래를 왕가위 감독만의 탁월한 미장센으로 승화시킨 아비정전은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축축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영화입니다. 상실과 고독으로 채워진 인간의 상처받은 영혼을 너무 잘 표현한 영화는 비가 내릴 대면 생각나는 매력 있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시간은 흘러가지만 순간은 영원하기에 인간은 어느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발 없는 새가 되어 날아다닙니다. 감정적 울림이 깊은 영화를 보고 있으면 우울할 땐 차라리 끝까지 우울한 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느낌도 들게 합니다. 

 

<참고 글: 나무 위키, 씨네 21 등>